시간, 공간, 효율 그리고 3PL
[DK PLAY/트렌드] 2019.04.05 18:59


과거에 제주의 초가집에는 대문 역할을 하는 정낭이 있었다. 양쪽에 구멍을 서너개 뚫은 정주석에 나무로 만든 통나무 형태의 정낭을 가로로 끼워 걸쳐 놓는다. 정낭이 하나만 있으면 집주인이 잠시 외출 중, 두 개면 오늘 내로 돌아온다는 뜻이며, 세 개면 먼 곳으로 떠났다는 의미다.

 

정낭을 꽂아 두는 집주인이나 그걸 와서 보는 손님은 서로 좀 어긋나더라도 시간을 대강 맞춰서 만날 수 있었다. 이 느슨한 스케줄러의 사용은 집주인과 방문객의 시간이 강력하게 얽혀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다. 옛날처럼 넓은 공간에 띄엄띄엄 살며 관계가 복잡하지 않으면 서로의 시간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운송수단과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복잡하게 연결된 현대사회에선 이야기가 다르다. 근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는 도시의 성장을 이끌고 사람들을 밀집시켰다. 도시는 도시와, 나라는 나라와 더욱 긴밀한 관계가 됐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빈번하게 접촉하면서 그야말로 일분일초가 아깝다. 모두 시간은 압축하면서 접촉은 더 늘리려 한다. 그러면서도 거기에 들이는 기회비용은 줄이고 싶어 한다. 이 모든 건 효율을 목적으로 한다. 속도와 공간의 효율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유사 이래 인류에게서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다. 시간, 공간, 효율, 이 세 가지를 향해 인류는 역사 내내 달려왔다.


오늘날 이런 바람은 물류 서비스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난다. 과거엔 제품을 만든 업체가 배송까지 담당하는 부서를 운영해야 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과거 중국음식점의 배달 오토바이가 그 대표적인 예다. 1PL이라 부르는 이 방식은 제품의 개발과 생산에만 전념해야 하는 기업의 노력을 분산시켰다. 2PL은 불어나는 물류 업무를 위해 아예 물류만 전담하는 전문 자회사를 차려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의 제3자 물류방식(3PL)은 물류 서비스를 외부의 물류 전문기업에 맡긴다. 중국음식점의 배달 오토바이 대신 배달 전문업체의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개념이다. 보통 3PL 기업은 이전의 2PL 경험을 토대로 자사 외의 물류도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발전한 경우다. 이로써 물건을 보내야 하는 화주 기업은 자사의 전문분야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물류 산업에 종사하는 물류 서비스 기업들엔 규모의 경제가 커졌다. 물론 물건을 받는 기업이나 개인은 보다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물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근래 이러한 3PL의 발전과 성장은 정보통신기술(IT) 서비스 산업이 이끌고 있다. 종합적인 물류 솔루션은 물류 서비스의 속도와 품질을 향상하면서도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고객이 주문한 화물이 고객이 지정한 특정 장소에 정확히 옮겨져야 하고, 그 과정을 언제든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 IT 서비스는 고객과 기업 사이 정보의 소통이 원활해지도록 관리할 뿐 아니라, 사물인터넷이 도입된 다양한 운송기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기업간의 화물운송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소소한 제품의 배송 환경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3PL 산업은 기업과 개인간의 미시적인 연결까지 이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소비자는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고 생산자는 3PL을 이용하여 일용소비재(FMCG) 같은 작은 물품의 배송조차 고객의 요구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빠르고 안전하게 어디든 찾아가려 한다. 드론 배송 같은 이야기는 벌써 나온 지 좀 된 개념이고, 최근엔 로봇을 이용한 물류 기술이 현실화 단계에 이르렀다.  



현대사회에서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 온라인 배달시장은 2022년에 500억달러(한화 약 56조원)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는 각기 프라임 나우(Prime Now)와 어러머(Eleme)를 통해 배송 서비스에 발을 담갔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IT기술의 혜택을 입은 온라인 전자상거래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IT가 세계를 하나로 엮어 왔듯이 3PL은 이제 물류 서비스로 세계를 묶어 나가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글로벌 3PL 시장은 IT 전문인력들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는 대형 기업간의 경쟁 구도로 재편될 거라는 시각이 있다. 국내기업 쿠팡은 자사를 IT기업으로 표방하면서 동시에 로켓배송을 한다.

 

물류의 최종 종착지는 인간이다. 공장에서 대형 기계를 받든 집에서 청소기를 받든, 어차피 그 제품은 인간에 곁에서 인간에 의해 사용된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에겐 어느새 여유 없는 삶이 체화됐다. 실제로 2018년 중국 소비자들의 음식료품 배송주문의 이유 중 절반 이상이 일하느라 바쁘고 집에서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다.



현대인은 지쳐 있다. 이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할 때 그 제품이 주는 정서적 경험까지 함께 구매하도록 만든다. 제품을 처음 받아 드는 순간의 경험이 제품을 생산한 업체의 첫인상이 된다. 소비자에게 있어 물류 서비스는 감정 서비스의 한 부분에 속해 있다. 이는 수많은 인터넷 구매 리뷰의 많은 지분을 배송 관련 이슈가 차지하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3PL 기업의 전문성이야말로 제품이 고객에게 인도되는 그 순간 빛을 발한다.

 

가령 요즘 흔하게 쓰이는 음식 배달 앱이란 건 단순히 음식의 배송이라는 개념에 머물지 않는다. 거기엔 소비자가 쉴 틈 없이 바쁜 일상에서 시간에 매기는 가치와 정서를 돈으로 환산하였을 때의 손익이 코딩되어있다. 즉 정보통신기술은 인간의 감정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짜장면을 배달해 준 로봇의 디자인마저 반드시 친근하기를 바란다. 고객의 그런 요구를 수용해 개발하는 것은 역시 물류 전문기업이 담당해야 할 전문영역에 속해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정확하고 안전하게 이루어지는 깔끔한 물류 서비스란 바로 그러한 전문적인 서비스의 기초 바탕이다. 3PLIT 서비스의 지원으로 이를 유의미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사람들은 어느새 변화된 일상이 자연스럽다. 3PL의 전문성이 가져다주는 정서적 경험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가 오고 있다.


글 : 김 종 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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