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鐵路) 폭을 보면 역사가 보인다.
[DK BRAND/제품과 서비스] 2019.01.08 17:01


 한국에서 북한을 거쳐 러시아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국경에서 잠시 쉬어 가야 한다. 그 이유는 철로의 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철로 폭이 다르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열차를 바꾸어 타거나 철도 바퀴를 바꾸는 방법이다. 열차를 바꾸면 승객과 화물의 이동에 따른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그러나 바퀴만 갈게 끼우는 대차교환 방식을 선택하면 여행은 좀 더 간단해 진다.

 

대차교환은 객차의 차륜을 교체하는 과정이다. 약 27톤이나 되는 육중한 객차를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차륜(바퀴)을 바꿔 끼우는 광경은 여행자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도 러시아를 방문 할 때 두만강 역에서 전용기차의 열차 바퀴를 3~5시간 정차하며 갈아 끼웠다고 한다.

 

 

나라마다 다른 철로 궤도의 폭을 표준화 하려는 노력은 영국 조지 스티븐슨이 고안한 궤간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표준궤간(standard gauge 標準軌間)의 폭은 1435mm이다. 이 간격은 황당하게도 말 2마리가 끄는 마차의 축을 기준으로 했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말이 선로위에 얹힌 객차를 이끌었으나, 증기기관차가 등장하면서 마차의 폭을 철로의 폭으로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증기기관차의 등장은 속도경쟁 뿐만 아니라 말똥으로 심각했던 거리의 보건 환경도 말끔히 정리되었다. 그러나 당시 영국 철로의 폭은 각 지역마다 제각각이었다.

 

석탄 운송업자들이 선로 폭을 자유롭게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인데, 산간지역은 선로 가설비용도 적게 들고 이동도 용이한 협궤를 깔았고, 평야에는 폭이 넓은 선로를 깔아 대량 운송을 가능토록 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영국 정부는 철로 궤간의 표준(1846년)을 정하기에 이르렀는데, 스티븐슨이 세계 최초의 여객용 철도를 스톡턴~달링턴 구간과 리버풀~맨체스터 구간에 선로를 놓으면서 이를 표준으로 삼은 것이다. 프랑스, 미국 등도 스티븐슨의 선로 폭을 표준으로 삼았다.

 

 

표준궤간을 사용하는 국가는 한국,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이다. 러시아와 몽골은 1520㎜의 광궤를 사용한다. 일본(1067㎜)과 동남아 국가(1000㎜)들은 협궤를 깔았다. 철로의 궤간이 좁은 국가들은 식민 통치를 받았던 공통점을 가진다.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의 철도는 건설비용이 적게 드는 협궤철로가 깔렸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등도 영국 모델인 1067㎜의 협궤를 깔았다. 일본은 전국 구석구석까지 철로를 놓으려고 협궤를 놓았다. 반면에 식민 통치를 받았던 인도(1853년)에 1676㎜의 광궤가 깔린 이유는 면화와 차 등을 대량으로 영국으로 실어 날라야 했던 음모가 숨어 있었다.

유럽에서도 침략국을 견제하기 위해 철로 폭을 다르게 했다. 그 시기는 나폴레옹이 유럽을 석권했던 시기였으므로 스페인은 프랑스를 견제하고 러시아는 프랑스와 독일의 침략을 봉쇄하기 위해 광궤(1688㎜)를 놓았다. 나폴레옹 군대와 군수물자의 이동을 어떻게 하든 저지하려는 눈물겨운 안간힘이 드러난다.

 

베트남, 카메룬, 튀니지,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등 프랑스 영향권의 국가들은 1000㎜ 규격의 철로를 깔았는데 이것은 프랑스의 미터법 추진에서 연유한다. 문명을 가속화 시킨 철도이지만 철도의 핵심인 철로의 폭을 보면 침략과 식민의 과거 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글 : 김 종 대 (스틸프라이스 사장. 철강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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