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를수록 아름다움을 더하는 ‘코르텐 스틸’
[DK BRAND/제품과 서비스] 2016. 2. 18. 17:00

 

세월이 흐를수록 아름다움을 더하는 ‘코르텐 스틸’

 

시간과 철이 만든 산물 ‘녹’의 멋과 감성을 담고 있는 '코르텐 스틸(Corten Steel)'. 최근 거리에 녹이 슨 간판이 늘어나면서 ‘코르텐 스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르텐 스틸은 와인을 닮은 특유의 깊이 있는 색감과 유지보수 없이 영구적 보존상태가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지금부터 기품과 실용성을 모두 가진 코르텐 스틸만의 매력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이미지 출처 - 플리커


 

변화하는 서울, 녹슨 철강재, 그리고 감성

 

 

1980년대 초, 서울 서초구 일대의 언덕은 꽃동네로 불렸습니다. 이곳에 서울고가 들어서면서 시골 풍경은 자취를 감추고 강남의 대표적인 도시로 변했는데요. 서울고 입구에는 ‘서울’이라는 이니셜을 디자인한 철 조형물이 정문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봐도 ‘ㄹ’자를 형상화한 철 구조물이 시커멓게 녹슬어 있습니다.

 

녹슨 형태의 철, 코르텐 스틸은 다소 차가웠던 서울 거리에 소소한 감성과 매력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르텐 스틸은 본디 감성을 위해 태어난 철강재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용도와 목적에 충실하게 태어난 기능성 철강재였죠.

 

 

내식성 뛰어난 고장력강, 코르텐 스틸

 

 이미지 출처 – 플리커, 코르텐 스틸로 제작된 ‘USE Tower’ 

 

‘코르텐 스틸’은 내식성이 뛰어난 고장력강입니다. 니켈, 크로늄, 동 등을 비롯, 인과 유황이 첨가되어 철강재 중에서도 견고하기로 유명한 녀석입니다. 미국 US스틸사가 1933년에 개발해 1950년대 초에 상표등록을 마친 명품 철강재이죠.

 

‘코르텐 스틸’은 초기 컨테이너와 화물차 중심의 차량 부재에 주로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1958년, 세계적인 농기계제조사 존디어 본사 빌딩에 외장 및 구조재로 무도장을 사용하면서 코르텐 스틸은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1964년에는 처음으로 교량에 적용되었고, USE Tower(U.S. Steel 본사)의 외부 구조재와 커튼월로 사용되기에 이릅니다.

 

현재는 교량, 건축물, 송전탑 등 대기에 노출되는 대부분의 강구조물과 건자재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강 교량의 16~20%가 무도장 코르텐 스틸을 소재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간이 만들어 낸 철의 천연색, '안정 녹'

 

이미지 출처 – 플리커, 커피색으로 변하고 있는 덴마크 오덴세 대학교(Odense University) 건물

 

일반 철의 녹은 ‘부식 녹’이라고 하나 코르텐 스틸의 녹은 ‘안정 녹’이라 부릅니다. 이 ‘안정 녹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의 깊이가 깊어지는 특성이 있는데요. 이러한 특성은 진한 와인 색깔에서 붉은 색, 5~6년 후에는 검정색이 되어 그 감성을 더하게 됩니다.

 

또, 유지 보수 없이 영구적인 보존이 가능한 코르텐 스틸은 예술조형물, 종교 건축물, 미술관 등 미적 효과가 필요한 건축물과 예술품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부식철판과 코르텐 스틸,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반적 시각으로 내후성강(부식철판)과 코르텐 스틸(Corten)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산 과정과 내구성에서 그 차이가 큰데요. 코르텐 스틸은 냉간 주조방식으로 생산되어 조직이 매우 치밀하지만 내후성강은 열간 주조방식이어서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화력발전소에 철강재가 입혀지다

 

이미지 출처 – 플리커,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카이샤 포럼’

 

코르텐 스틸을 건축에 접목해 세계적인 건축가의 반열에 오른 인물도 있는데요. 바로 스페인의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뮤론'입니다. 1950년 바젤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친구 사이였던 이들은 2000년에 런던 템스 강변의 구식 화력발전소를 ‘테이튼 모던' 현대미술관으로, 7년 후에는 ‘카이샤 포럼(Caixa Forum)’을 완성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카이샤 포럼 역시 화력발전소를 리노베이션한 것입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소재한 카이샤 포럼은 붉은 지붕을 얹은 듯한 모양 때문에 ‘상상력이 탁월한 건축물’로 알려져 많은 사랑을 받는 미술관이 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플리커, '카이샤 포럼'의 구멍 뚫린 코르텐 스틸 창문

 

카이샤 그룹은 화력 발전소 건물을 미술관으로 만들면서 높이 17m이었던 기존 건물을 27m로 증축하며 건물 외관 제작에 코르텐 스틸을 사용했습니다. 기존 건물에 왕관을 씌운 듯한 형태의 붉은 코르텐 스틸이 100년이 넘은 빛바랜 벽돌과 적절하게 어우러져 빈티지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냈습니다.

 

카이샤 포럼은 두 가지 패턴의 코르텐 스틸이 사용했는데요. 하나는 녹의 붉은 빛깔을 외벽에 그대로 드러나게 해서 과거와 현대를 조화롭게 만든 것이며, 다른 하나는 코르텐 스틸을 심하게 부식시켜 수많은 구멍이 뚫리게 해 창문으로 사용했습니다. 부식되어 생긴 구멍 사이로 보이는 마드리드의 도시 풍경은 관람객들의 감탄사를 자아냈습니다. 코르텐 스틸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시공간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준 것입니다.

 


코르텐 스틸에 한계란 없다, 아파트 건물 벽에 사용된 녹슨 철강재

 

이미지 출처 – 플리커, 리차드 세라의 ‘Snake’

 

‘리차드 세라(Richard Serra)’는 그야말로 코르텐 스틸을 떡 주무르듯 자유자재로 다루는 예술가입니다. 그는 수십 톤에서 수백 톤에 이르는 대형 조각품들을 모두 코르텐 스틸로 제작했습니다. 그가 이런 작품을 만들게 된 것은 제강소 아르바이트 경험과 더불어 조선소 배관공으로 일했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코르텐 스틸 재료를 거대하게 펴서 감은 듯한 형태의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작품이 너무 크고, 통행이 불편하다는 민원에 시달리기도 했죠. 1977년 카셀의 미술박람회에 세워진 ‘Terminal’은 박람회가 끝난 후 카셀로 옮겨졌다가 다시 보훔(Bohum)시로 옮겨졌고, 높이 3.5m, 길이 35m의 ‘Tilted Arc’는 뉴욕 페더럴 플라자에 설치됐지만 플라자 진입을 방해한다는 민원 때문에 해체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대표작 ‘Snake’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한 곳에 오래도록 전시되어 많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코르텐 스틸의 장점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높이4m에 길이 31미터, 무게는 180여톤에 이릅니다.

 


예술에도 사용되고 있는 코르텐 스틸

 

이미지 출처 - 플리커, 코르텐 스틸로 만든 ‘Angel of the North’

 

국내에서는 정관모 씨와 승효상 씨가 코르텐 스틸을 건축물과 조형물의 소재로 썼습니다. C아트뮤지엄(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정관모 씨의 '예수 얼굴 조각상'은 폭 15m, 받침대까지의 높이 22.5m로 코르텐 스틸로 만든 세계 최대의 크기의 작품입니다.

 

또, 건축가 승효상 씨는 자택 겸 사무실 건물을 코르텐 스틸로 지었습니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언덕 위 5층 규모의 일명 ‘이로재’는 2002년 완공되었습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기억을 담기에 이만한 재료가 없다”고 할 정도로 코르텐 스틸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승효상 씨가 제작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주변 역시 코르텐 스틸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연갈색 녹슨 철제보도

 

이미지 출처 – 플리커, 노르웨이의 '트롤스티겐(Trollstigen) 전망대'

 

자연을 관람하는 전망대에도 코르텐 스틸이 사용됐습니다. 노르웨이 건축가 ‘라이울프 람스타드’의 트롤스티겐 전망대는 연갈색의 녹슨 철제 보도를 길게 구축하고 맨 끝을 유리로 마감했습니다. 또한, 연갈색의 녹이 계절에 따라 노란색과 갈색으로 변하면서 자연 친화적인 전망대로서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트롤스티겐 전망대가 관광객들에게 호평을 받자 많은 나라에서 코르텐 스틸을 전망대 건축 소재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 미술가 베르나르 브네(왼쪽)와 그의 작품 '37.5도의 ARC'


동국제강 본사가 위치한 페럼타워 앞에도 코르텐 스틸로 만들어진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가 베르나르 브네가 만든 ‘37.5도의 ARC’인데요. 높이 38m의 유려한 곡선모양의 코르텐 스틸이 오피스빌딩을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철강재는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가진 건축가를 만났을 때 주변과 어울려 더욱 아름다워지는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철은 제조산업 현장이나 예술 공간에 핵심 소재로 사용되면서 세월이 흐를수록 아름다움을 더해가는 건축물을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