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DK BRAND/철이야기] 2017. 9. 12. 14:52


“제가 철제다리 하나 놓아 드리겠습니다.”

“다리는 세상사람 누가 놓아도 때가 되면 합니다. 세상사람 알지 못하는 걸 하나 하십시오”

“그게 뭡니까?”

“저 산골에는 수행승들이 두세 명씩 어울려 토굴을 짓고 공부하는데 먹는 것이 넉넉지 못합니다. 가끔 찰밥을 한 번씩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열아홉에 출가해서 각처를 다니며 수행에 전념하던 젊은 시절의 성수스님(조계종 원로스님)과 동국제강 창업자 故 장경호 회장이 나눈 대화다. 


▲ 동국제강 창업자인 故 장경호 회장.

 

철강인 故 장경호 회장은 재가불자이다. 그는 성수 스님과의 약속을 지켰다. 경남 양산 천성산 자락의 토굴 법수원을 찾아 해발 800m까지 철강재 수 백 톤을 이동시켜 철제 다리를 완성했다. 매달 찹쌀 3가마를 토굴로 보낸 것은 물론이다. 이 대목은 고 장경호 회장이 60년대에 이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기업가임을 알게 한다. 


▲ 국내 철강산업의 기술력은 세계의 장대한 교량과 현수교에 적용될만큼 최고 수준이다. 

 

교량 설치는 메우는 것보다 교각을 세워 건너가는 것이 더 경제적일 때 결정된다. 생태계 보존과 심미성도 매우 중요한 건설 포인트이며, 철강재는 SOC(사회간접자본)부문의 절대적인 소재이다. 


강과 바다, 그리고 작은 폭포와 내를 잇는 교량에는 국내 철강기업들이 혼을 쏟아 만든 철강재들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 철강산업의 기술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장대형 교량과 엄청난 크기의 현수교에도 적용되고 있을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 국토에 그물망처럼 뻗어 있는 도로 위에 걸쳐 있는 다리(교량)는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국내에는 32,325개의 교량이 있다. 10년 전만 해도 교량은 23,805개로 총 연장이 2,139Km였다. 교량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이다. 5,309개나 된다. 그 다음이 경북(4,430곳)이다. 산간지역이 많은 강원도는 의외로 경남에 이어 네 번째이다. 국내 교량은 30%가 10년 이상 된 것이 대부분이며, 30년 이상 된 다리도 10%나 된다. 


▲ 국내에서 가장 긴 인천대교의 야경.

 

다리 즉, 규모가 큰 교량은 완공과 동시에 관광코스로 이름값을 하고 역사적인 장소로도 기록된다.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는 인천대교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는 이 다리는 총 연장이 18,384m이고, 구간별 최대 연장은 11,856m이다. 교각 건설에는 동국제강의 철근 2만 톤이 사용됐다. 삼성건설의 최첨단 교량건설 기술력을 잘 나타낸 명품 다리이다. 


또 하나의 명품 교량은 광안대교이다. 부산 수영만을 횡단하는 이 교량은 ‘다이아몬드 브리지’로도 불리고, 현수교(900m), 트러스교(720m), 접속교(5,800m)로 구성된 전장 1,620m의 장대교이다. 고려제강의 와이어로프가 사용됐다. 옛 동국제강 부산제강소 공장 부지를 가로지른 이 교량위에서는 매년 마라톤경기가 열린다. 


▲ 광양과 여수를 연결하는 이순신 대교의 전경.

 

광양과 여수를 연결하는 이순신 대교는 총 연장 2.26Km이며, 중앙경간(주 탑 간 거리)은 1,545m이다. 세계5위 규모의 초장대교량이다. 맨 처음 생긴 연륙교는 부산 영도교다. 일제강점기인 1934년에 다리가 놓였다. 


전북 진안 구봉산의 구름다리는 국내 최장 100m이고, 완주 만덕교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스카이웨이로 103미터의 공중에 떠 있다. 이 구름다리는 전국에서 최초로 시도한 무주탑 현수교 방식으로 건설 되었다. 

가장 오래된 다리는 1926년에 건설된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산동교이다. 충남 논산시 성동면 원봉리에 있다. 산동교(연장 9.2m)의 폭은 9m이며, RC슬래브교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의 70%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에서는 교통정체 구간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라도 교량과 터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져야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향후 교량과 터널 건설의 빈도가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밝히고 있다.

삼봉 정도전은 “국가를 가진 사람은 다리를 놓아서 왕래를 통하게 하는 것이 왕도정치의 일단이다”라고 했다. 국가가 못하면 기업인이라도 나서야 한다. 


동국제강이 2015년에 ‘아프리카(탄자니아) 희망학교 100개 짓기 프로젝트’의 100번째 학교에 철근 130톤의 현물을 기부한 것은 할아버지의 뜻을 잇는 손자의 사회공헌 모습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끊임없이 대를 이어갈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글 김종대(스틸프라이스 사장, 철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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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명석 2017.09.12 17:48 ADDR 수정/삭제 답글

    철강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말 멋진 것 같습니다. 철강으로 만들어진 교각의 외관이 훌륭한 것처럼... 그 사회에 공헌 하는 그 마음씨 또한 굳굳굳 입니다.

  • 박진희 2017.09.13 08:41 ADDR 수정/삭제 답글

    칼럼리스트분의 글을 읽으면 참 느껴지는 바가 큽니다

  • 황혜진 2017.09.20 09:13 ADDR 수정/삭제 답글

    쉬운 결정이 아닌데 대단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좋은 예로 보이네요

  • 김백준 2017.11.21 14:52 ADDR 수정/삭제 답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서 아름다운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