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철길이 '연트럴파크'로!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
[DK PLAY/트렌드] 2016. 3. 29. 08:00

 

버려진 철길이 '연트럴파크'로 태어나다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

 

 

 

비행기처럼 양팔을 벌리고 철길 위를 걸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마치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듯 그 좁은 철길 위를 달려보곤 했는데요. 비틀거렸지만 잰 발걸음을 옮길 때면 정말 하늘로 날아오를듯한 묘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울 도심 속에서도 오래된 철길과 고즈넉한 숲길을 거닐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 연남동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의 탄생 배경

 

 

지하철 홍대입구역 3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만나볼 수 있는 연남동의 경의선 숲길과 공원.  이곳은 경의선과 공항철도가 지하에 건설되면서 그 위에 자리잡게 되었는데요. 경의선 숲길 공원이 연남동을 기준으로 조성된 것은 ‘문화의 이동’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홍대입구역 남쪽에 위치한 홍대와 동교동이 문화 콘텐츠의 중심이었다면 이제 그 중심에서 새로운 가지가 뻗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가지는 연남동을 지나 마포구 전역으로 뻗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이렇게 홍대의 문화 콘텐츠가 퍼지게 된 이유는 패션과 음악으로 대표되는 홍대의 문화와 카페 중심 상권이 최근 들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상권이 인근 연남동으로 이동하면서 문화 콘텐츠도 함께 움직이는 모양새인데요. 이는 홍대를 중심으로 미술과 음악 활동을 하던 젊은 아티스트들이 연남동을 새로운 터전으로 삼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홍대와 가로수길, 이태원 등이 아닌 숨겨진 주택가 동네나 골목길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하는 최근 20대들의 성향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의 이모저모

 

 

 

 

▲ 숲길 공원을 거닐며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의 철 소재 간판들

 

용산문화센터부터 약 6km 거리의 가좌역 근방 홍제천까지 이어지는 연남동 경의선 숲길은 현재 연남동과 대흥동, 염리동까지 조성이 끝난 상태입니다. 그리고 올 4~5월쯤이면 모든 구간의 숲길이 완성된다고 하는데요. 연남동 경의선 숲길과 공원의 이모저모를 소개합니다.

 


소박한 셰어 스토어, '어쩌다 가게'

 

 

홍제천까지 1km 이상을 길게 뻗어 있는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냥 걷고만 싶어집니다. 제 각각의 매력을 가진 양 옆의 상점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주는데요.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150m정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두 번째 골목이 바로 ‘어쩌다 가게‘로 향하는 길목입니다. 조금만 들어가면 어쩌다 가게의 상징인 빨간 벽돌 굴뚝이 우리를 맞아 줍니다.

 

 

어쩌다 가게는 1층 4개(월화수 한의원, 책방 탐구생활, 엔젤스 쉐어, 바이크 스탈렛)와 2층 4개(바이 더 컷, 비터스윗나인, 에토프, 아 스튜디오) 총 8개의 가게들이 공간을 공유하는 아담한 공간입니다.

 

작은 서점인 ‘탐구생활’은 선별된 책들과 소소한 잡화들을 팔며 ‘앤젤스 쉐어’는 싱글 몰트 위스키를 1인당 3잔이라는 한정된 양만 판매를 하는 스탠딩 바(Standing bar)입니다. ‘바이 더 컷’은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1인 미용실입니다. ‘비터스윗나인’과 ‘에토프’는 각각 초콜릿과 가방 또는 실크 스크린을 제작하는 공방입니다.

 

일종의 대안 상가인 어쩌다 가게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연남동의 임대료가 계속해서 치솟으면서 여러 입주자들이 함께 모인 이곳은 5년 간 월세가 같습니다. 2층 주택을 보수∙공사해 사용하고 있는 어쩌다 가게에는 미용실, 책방, 그리고 한의원 등 다양한 가게가 모여 있어 서로 시너지를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게들마다 각자 하는 일이나 제품이 다르니 자기 일을 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협업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어쩌다 가게

 

-전화번호: 02-6217-8838
-주    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동 148-12
-영업시간: 12:00~22:00/ 월요일 휴무

 

 

녹슨 느낌이 매력적인 '카페 곤(Cafe GON)'

 

 

어쩌다 가게를 나와 다시 숲길 공원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큰 사거리. 그곳에 있는 연남치안센터에서 우측 길로 들어서 3분만 걸으면 온통 철제 외관으로 된 작은 카페를 만날 수 있는데요. 넓지 않은 카페, 그리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좁아지는 특이한 구조의 이 카페는 바로 ‘카페 곤’입니다. 입구 쪽 벽을 보고 앉는 자리와 안쪽 깊숙이 자리잡은 테이블 2개가 전부지만 아늑함을 느끼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공간이죠.

 

사장님의 이름을 카페 간판으로 그대로 옮겨 놓은 것과 음료 만드는 공간을 직접 볼 수 있게 오픈해 놓은 것에서 카페 곤의 수수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카페 곤은 음료가 다양한 편입니다. 커피 외에도 휘핑 크림이 가득한 프라페와 진저 레몬, 피치 코코넛 등을 더한 밀크티, 그리고 간단한 끼니 해결을 도와줄 샌드위치와 토스트도 팔고 있죠.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한 것은 바로 커피와 위스키가 만난 아이리쉬 커피인데요. 겉으로만 보기에는 생크림이 올라간 커피와 다르지 않습니다. 개인에 따라 맛이 다소 강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맛은 정말 특별하답니다.

 

카페 곤

 

-전화번호: 02-3142-1385
-주    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동 228-44
-영업시간: 12:00~22:00/ 연중무휴
-메    뉴: 에스프레소 3,000원/ 민트 바닐라 라떼 3,500원/ 피치 코코넛 밀크티 3,500원/ 아이리쉬 커피 6,000원

 

 

경의선 숲길 공원의 '음과 양'

 

 

연남동에 홍대 주변의 상권이 옮겨오고 경의선 숲길 공원이 인기를 얻으면서 젊은 아티스트들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은 분명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문제점 역시 하나 둘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요.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연트럴 파크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 주변의 대표적인 문제는 바로 ‘불법주차’입니다. 공원 주변으로 펼쳐진 이국적 분위기의 카페와 음식점, 그리고 술집들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면서 자연스레 차들도 늘어났는데요. 공원 주변에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방문객들이 불법 주차를 하는 일이 많아진 것입니다. 공원 근처에 연남 노상 공영 주차장이 있지만 70여대 밖에 주차할 수가 없고 민영 주차장의 이용료가 비싸 불법 주차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원 일대가 골목 상권으로 형성되어 있다 보니 도로 폭 자체가 좁아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외부 방문객들의 차량이 주변 주차공간을 점령해 정작 거주자들이 주차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히 생기고 있죠. 추가로 주차 공간을 늘리려면 부지 매입이 필요한데, 입지 선정에 있어 주민과 마포구 사이의 의견 차로 인해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를 몰고 오는 젠트리피케이션

 

연트럴파크를 중심으로 연남동의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공습, 그리고 그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인데요. ‘도시 재활성화’라고도 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에 가까운 낙후 지역에 고급 상권 및 주거지역이 새롭게 형성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원래의 사전적 의미는 낙후 지역에 외부인이 들어와 지역이 다시 활성화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최근 외부인 또는 상권의 유입으로 본래의 거주자들이 밀려나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종종 사용되는데요. 주변 환경의 변화로 중상류층이 주거지로 유입되고 그로 인해 상승한 주거비용이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기존 주민들과 가게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입니다.

 

연트럴파크의 초입과 골목 곳곳에 대형 카페와 음식점 프랜차이즈들이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골목 안쪽에도 새로 지은 건물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게스트하우스, 카페, 주점 등 그 용도도 다양합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연남동의 임대료는 3분기에 대비 12.6%가 올라 서울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평균 임대료 상승률인 7.15%와 큰 차이를 보이는 수치입니다. 홍대 상권의 빠른 이동과 팽창으로 인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의 심화는 함께 공간을 나누고 상권이 공존하는 방법이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서울시 성동구는 ‘상생지구를 위한 자치구 조례’를 통해 지역 상권을 위한 지속가능 발전구역을 지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조례에는 기존 주민들은 협의를 거쳐 외부 입점 업체를 선별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되어 있으며 뚝섬역 주변에 콘테이너형 박스 숍(Box shop)도 건축할 예정입니다. 구 차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한 첫 대응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남동과 경의선 숲길 공원이 젠트리피케이션에서 벗어나 건실한 상권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어쩌다 가게’입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여럿이 머리를 모아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