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기술을 만날 때, 푸드테크
[DK PLAY/트렌드] 2020. 3. 26. 10:57


음식은 인간과 함께 진화해 온 문화인데요. 먼 과거에 음식은 자연에서 채집한 동물이나 식물을 그대로 섭취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죠. 우리가 현재 먹는 음식은 고도로 진화한 형태의 요리가 대부분입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담그는 김치 같은 것이죠. 인류는 환경과 기술에 따라 새로운 음식 문화를 탄생시켜왔습니다. 그렇다면 21세기 음식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요? 오늘 나눌 이야기는 4차 산업 시대의 인류가 새롭게 고안한 음식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식-푸드테크입니다.




푸드테크(Food-Tech)는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데요. 기술을 이용해 음식을 생산, 가공 유통, 판매하는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말입니다. 사실 음식과 기술은 아주 오래전부터 함께 발전해왔는데요. 굳이 따지자면, 인간이 불을 다루는 기술을 터득한 이후 음식과 기술은 함께 발전했죠. 불을 이용해 고온에 익힌 음식을 먹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러니 음식이 인간 문명과 마찬가지로 시대와 환경에 따라 진화했다고 볼 수 있죠.

 

오늘 이야기할 푸드테크는 21세기형 음식 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음식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과 만나야 했을까요? 푸드테크의 핵심적인 이유는 미래에 다가올 식량 부족 문제를 대비하는 것이었죠. 2019년 미국 인구 조사국에서 발표한 현재 세계 인구수는 약 77억 명에 달하는데요. 전문가들은 현재의 인구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2100년에는 세계 인구수가 112억 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측합니다. 기존 농업 시스템이 감당 할 수 있는 인구수가 약 100억 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가늠할 수 있겠죠.



또한 현재 인류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육류의 경우,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소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이 약 15,000리터에 달하죠. 현재 지구 전체에서 가축을 키우는 토지는 약 3,300만 제곱킬로미터인데요. 이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와 맞먹는 크기입니다. 가축을 키우는 것은 단지 물 부족 문제만 야기하지 않죠. 이산화탄소 배출, 토지의 사막화 등 다양한 환경 문제는 일으키고 있습니다.

 

만약 현재의 방식대로 식품을 생산하고 유통한다면, 2100년에는 인류가 살아갈 땅도, 음식도 많이 남아 있지 않겠죠.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 인류는 새로운 형태의 식품 산업을 고안해야 했습니다. 환경도 지키고, 인류에게 제공되는 필수 영양소도 지킬 수 있어야 하죠. 인류는 또 한 번의 진화를 선택했습니다. 식품 산업에 4차산업의 기술을 접목해, 현재와 미래를 지키는 새로운 형태의 식품 산업을 등장시킨 거죠. 그러니 푸드테크는 지구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진화한 형태의 식품 산업인 셈입니다.




푸드테크에는 다양한 종류와 분야가 있는데요. 한국푸드테크협회 안병익 회장은 푸드테크의 카테고리를 온디맨드(On-demand), 인프라(Infra), 물류유통, 콘텐츠 데이터 등 4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종류별로 알아보도록 하죠.



온디맨드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의 서비스인데요. 한국의 마켓컬리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마켓컬리는 기본적으로 식품 배달 업체인데요. 좋은 제품을 판매하면서 30대 여성과 육아를 하는 가정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마켓컬리는 이용자들의 대부분이 여성 혹은 가정의 육아 담당자임을 고려해 새벽 배송이라는 온디맨드 서비스를 시작했죠. 이처럼 이용자의 요구를 빠르게 캐치하고 적용하는 서비스가 온디맨드입니다.



식품을 생산하는 기본적인 기반 시설 또한 푸드테크의 영역에 들어가는데요. 굳이 말하자면,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구축된 공장식 식품 제작 기반 시설도 기술을 통한 식품 생산 인프라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21세기형 푸드테크는 기존의 식품 생산 기반 시설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와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지금의 푸드테크는 생산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심각하게 벌어지는 소고기 대신 대체육을 개발한다던가, 컴퓨터로 농장을 제어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는 스마트팜 등 친환경적인 식품 산업 기반 시설을 지향하고 있죠.




물류 유통 분야가 식품 제조업과 상관없는 소비자에게 가장 친근한 푸드테크입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드론 배달 등 4차 산업 기술을 접목한 전반적인 물류유통 시스템이 푸드테크에 속하죠. 가장 대표적인 푸드테크 물류유통 분야가 바로 배달 앱인데요.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문부터 결제까지 단번에 처리가 가능하고, 심지어 대략적인 음식 배달 시간까지 알 수 있죠.



콘텐츠 데이터는 푸드테크를 통해 소비자와 기업의 직간접적인 정보교환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한 다이어트 앱의 경우 사용자의 식단을 매일 정리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기업은 건강관리 앱을 공짜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대신, 사용자들이 어떤 식단을 주로 꾸리는지 알 수 있게 되죠. 이런 정보들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해석하고, 다음 푸드테크 산업을 구상할 수 있게 됩니다. 더는 기술이 뛰어난 과학자 한 명에 의해 발전하지 않죠. 소비자와 개발자의 적극적인 소통이야말로 푸드테크의 최대 강점입니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음식을 탄생시키는데요. 기술은 전에 없던 맛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심지어 전에 먹을 수 없던 물건을 먹게도 했죠. 푸드테크는 사용자의 취향을 저격하기도 하고, 사용자의 건강을 지켜주기도 하는데요. 푸드테크가 현재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의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는 식물 재료를 가지고 고기 맛이 나는 음식을 개발했습니다. 이 회사를 설립한 스탠퍼드 대학의 패트릭 브라운(Patrick Brown) 생물학 교수는 아몬드와 마카다미아 오일 등 오직 식물성 원료만으로 제조한 패티와 치즈를 사용해 버거를 만든다.”고 했죠. 이전에도 콩고기 등 다양한 대체육이 있었지만, 임파서블 푸드의 버거는 맛이 실제 고기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라고 하죠. 빌 게이츠 등 세계적인 거물들이 180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하면, 임파서블 푸드의 버거가 얼마나 대단한 음식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런 농담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접시까지 다 먹을 기세다.”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사람에게 자주 하는 농담인데요. 그런데 이제 더는 농담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친환경 포장지 제조기업 에보웨어(Evoware)가 개발한 먹을 수 있는 플라스틱 덕분이죠. 에보웨어의 플라스틱 제품은 모두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 전분을 섞어 만들기 때문에 먹어도 괜찮고, 버려도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데요. 지난 2017년 영국 엘렌 맥아더 재단의 친환경 디자인 첼린지대회에서 6대 제품으로 선정됐죠.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 닥터키친은 임산부나, 당뇨병 환자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데요. 2015년 처음 등장한 닥터키친은 당뇨 전문 식단을 반조리 형태로 포장해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죠. 사용자의 요구에 반응하는 온디멘드 서비스가 적절하게 결합한 형태의 푸드테크입니다



스타트업 기업 라스트 오더는 말 그대로 동네 마켓이 마감하는 시간을 앱으로 중개하는데요. 마감 직전 돌입하는 파격 세일 시간을 사용자에게 제공하죠. 라스트오더 황현지 팀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30~70% 저렴한 금액으로 음식을 살 수 있어 수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달부터 서울 마포구, 관악구, 동작구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술을 이용해 틈새시장을 공략한 주목해볼만한 사례죠.



 2012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푸드테크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201227,000만 달러였던 푸드테크 시장 투자 규모는 201657억 달러까지 커졌습니다. 4년간 무려 20배가량 성장한 셈이죠.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창업 5년 이내에 10억 달러를 넘긴 스타트업 기업 10곳 중 2곳이 푸드테크 기업입니다. 가까운 예로, 국내 대표적인 푸드테크 O2O 기업인 요기요와 배달통의 최대 주주인 독일 기업 딜리버리 히어로(Delivery Hero)의 기업가치는 무려 30억 달러를 넘어섰죠. 본격적으로 푸드테크가 부상한지 8년만에 엄청나게 성장한 셈입니다.

 

, 맞습니다. 이제 고작 8년이죠. 푸드테크의 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합니다. 단지 대량 생산하는 식품을 넘어, 공유주방, 스마트 키친 등 개인 생활에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죠. 푸드테크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기술과 음식의 접목이라는 문화가 빠르게 정착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것은 이제 기술이라기보단, 하나의 생활 습관이 되어가는 모양새인데요. 푸드테크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생활에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올 것입니다. 푸드테크가 적용되지 않은 음식을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어 질 수도 있죠. 확실한 것은, 푸드테크가 이제 막 진화를 시작했다는 사실인데요. 이 진화의 끝이 어디인지는 여전히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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