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담은 대량 맞춤 생산
[DK PLAY/트렌드] 2020. 3. 18. 14:48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세대를 흔히 밀레니얼 세대라 부릅니다. 현재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생활하는 2~30대 대부분을 밀레니얼 세대라고 볼 수 있죠. 이 세대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취향’인데요. 이들에게 취향은 개인의 자아를 파악하는 중요한 수단이죠.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나의 취향은 뭐지?” 하는 질문은 단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일종의 자아 성찰에 가까운 것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개인의 취향은 생각보다 중요한 주제이죠.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요. 그렇게 등장한 생산 개념이 바로, 대량 맞춤 생산입니다. 개인의 취향과 대량 생산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로 조합된 생산 시스템이 어떻게 지금 시대에 적용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죠.




산업혁명 이후 많은 제품이 대량 생산되었는데요. 대량 생산을 통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동시에 소비자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었죠. 사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대량 생산의 효율성과 경제적 이익이 강조되었는데요. 


예를 들어, 맥주의 경우 대량 생산이 되기 이전에는 수도원이나, 소형 브루어리에서 소량만 생산했기에 매우 비싼 음료였죠. 맥주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돈 없는 서민들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었는데요. 서민의 입장에서는 ‘어떤’ 맥주를 마시는가 보다, 맥주를 싸게 마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더 중요했죠. 


그러나 20세기 후반 이후 세대에게는 ‘어떤’ 맥주를 선호하는가가 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의 발달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항공기 등 교통의 발달로 많은 종류의 맥주를 직접 맛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20세기 최후반의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제품을 선호하는가를 넘어서 더 개인에 맞춘 제품을 요구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렇게 탄생한 단어가 바로 커스텀(Custom)입니다. 커스텀이란 소비자를 뜻하는 커스터머(Customer)에서 파생된 단어인데요. 개인 소비자 요구에 맞춰 제작하는 행위를 커스텀이라고 부르죠. 대량 맞춤 생산은 영어로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입니다. 대량을 뜻하는 매스(Mass)와 맞춤 생산을 뜻하는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의 합성어죠.



대량 맞춤 생산 이론은 조셉 파인(Joseph Pine) 교수의 책 <대량 맞춤>에서 이론적으로 완성되었는데요. 조셉 파인 교수는 대량 맞춤 생산에 대해 “대다수 요구에 최대한 부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량 생산을 통해 알맞은 가격으로 개발, 생산, 판매, 유통하는 일”이라고 정의했죠. 대량 생산이라는 틀을 깨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는 생산 시스템입니다. 


최근에는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고 반영해 대량 생산과 연계하는 과정 또한 대량 맞춤 생산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를테면, 인공지능과 온라인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객의 취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도 대량 맞춤 생산에 포함되는 거죠. 




대량 맞춤 생산은 일반적인 개인 맞춤 제품과는 다른 개념인데요. 생산의 모든 단계에서 소비자의 요구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중간 단계에서 소비자의 요구를 적용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량 생산의 최대 장점이 효율성과 원가절감율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실제로 많은 대기업이 대량 맞춤 생산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겪었죠. 


대량 맞춤 생산의 키워드는 기존의 대량 생산에서 얻을 수 있는 효율성을 살려 적정 소비자 가격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할까요? 현재 대량 맞춤 생산이 실현되고 있는 사례를 알아보도록 하죠. 



대량 맞춤 생산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분야가 바로 자동차인데요. 구매자의 취향에 맞춰 차량 내부의 인테리어를 디자인한다던가, 외부의 색상 배합을 구매자가 직접 조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BMW 사의 미니 쿠퍼와 시트로엥의 C3에어로크로스 차량은 소비자가 구매 단계에서 차량의 색상 배합 등을 직접 고를 수 있는데요. 미니 쿠퍼의 경우 차량 색상뿐 아니라, 외부에 구매자가 원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프린팅해 줍니다. 


대량 생산에 고객 맞춤 생산이 적용된 좋은 사례죠. 대량으로 생산되는 부품의 조합을 소비자에게 맡긴 것인데요. 현재 대다수 기업의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가장 현실적인 대량 맞춤 생산 방안입니다. 고객의 기호에 맞게 변주를 주는 방식이죠. 



대량 맞춤 생산은 문화 사업에서도 등장하는데요.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개념을 넘어, 음악과 같은 문화도 맞춤으로 제공하는 사이트가 생겨났죠. 대표적인 사이트가 판도라닷컴입니다. 판도라닷컴은 이용자의 취향을 인공지능을 이용해 분석한 뒤, 취향에 맞는 음악 방송을 재생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는데요. 이를 통해 6만여 명의 아티스트가 연주하는 6,100만 곡이 매일 재생되며, 3억 개 이상의 개인 음악 채널이 생겼죠. 


몬트리올의 IT기업 마이버추얼모델(MVM)은 소비자와 체형이 비슷한 아바타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의류 구매 시 소비자 대신 아바타가 옷을 입어보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소비자는 아바타를 만들어 다양한 브랜드의 옷을 입어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데요. 이미 1,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확보되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실제로 MVM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조사에 따르면, MVM 서비스 적용 이후 구매 전환율이 45%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대량 맞춤 생산은 꼭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고 반영해 대량 생산과 맞물릴 수 있는 모든 생산 과정을 대량 맞춤 생산이라고 볼 수 있죠. 




4차산업혁명 시대 기술의 발전은 대량 맞춤 생산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3D프린터는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에도 반응할 만큼 정교한 기술력을 뽐내고, 인공지능은 수시로 고객들의 취향을 분석하죠. 특히 제조업계에서 대량 맞춤 생산의 가능성이 높아진 건, 3D프린터의 등장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금속 부품을 직접 제조하는 DMP(Direct Metal Printing) 기술을 이용해 빠르게 금속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일본의 액세서리 기업 스트레인지 프릭 디자인스는 최근 3D프린터를 도입해 기존에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방식을 바꿨죠. 3D프린터 도입 후 발주부터 납품까지 시간이 혁신적으로 단축되었는데요. 예를 들어, 발주 후 수 주가 걸렸던 샘플링 작업이 단, 하루 만에 가능해졌죠.  



아울러 로봇의 등장과 발전도 대량 맞춤 생산은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지난 2018년 열린 SIMTOS 2018에서 독일의 기업 보쉬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공장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을 선보였는데요. 공장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에 의해 운행되며, 대부분 제조 과정을 로봇이 참여합니다. 제조과정에 인력을 최소한으로 하고, 대신 소형 센서와 로봇, 인공지능을 이용하죠. 


공장의 모든 로봇은 관리자의 컴퓨터 또는 휴대전화와 연동해 실시간으로 공장 상태를 체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명령어 입력만으로 다양한 제품 생산이 가능해지죠. 




대량 맞춤 생산은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고 반영하는 생산 과정이라고 볼 수 있죠. 21세기 대량 맞춤 생산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꼭 풀어야 하는 과제 같은 것이죠. 고객의 요구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이에 발맞추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취향의 시대, 기업들이 내놓은 대안이 바로 대량 맞춤 생산이었죠. 대량 맞춤 생산은 하나의 서비스를 넘어, 기업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초창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뚜렷했으나, 최근 인공지능, 3D프린터 등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다양한 취향이 제품으로 탄생할 테죠. 21세기의 취향은 기술로 완성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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