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연결될 때 벌어질 일들' 남북철도
[DK PLAY/트렌드] 2020. 2. 18. 11:28


지금의 사회를 흔히 초연결사회라 부릅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서로가 연결된 사회라는 말인데요. IT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구 반대편의 친구와 영상통화를 할 수 있고, 심지어 함께 사업을 할 수도 있게 되었죠. 이러한 현상을 1988년 마셜 맥루한과 브루스 파워스가 지구촌이란 단어로 예측하기도 했는데요.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구가 마치 하나의 마을처럼 소통이 쉬워지고, 왕래가 자유로워진다는 의미였죠.

 

그러나 초연결사회에서도 여전히 연결되지 않은 세계가 존재합니다. 정치적 이유로 갈라져 있는 남한과 북한이 대표적인 사례죠. 특히 북한 정부의 폐쇄적인 국정운영은 교통과 통신 등 모든 부분에서 다른 세상과 단절을 불러왔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지난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양측은 남한과 북한 사이 단절을 해소할 중요한 사업에 합의했습니다. 바로 남북철도 연결 사업인데요. 초연결사회에서 고작 철도 연결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분명 세계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연결 중 하나임이 틀림없죠.

 

이 연결의 역사적 의미도 대단하지만, 아울러, 경제적 의미도 상당합니다. 특히 분단된 상황 때문에 인프라가 제한되었던 물류 산업에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오늘은 남북철도 사업이 물류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남한 철도의 북쪽 한계점은 경기도 연천의 백마고지 역입니다. 백마고지 역 철도 북쪽 끝에는 철도 중단점과 함께 이런 문구가 적혀 있죠. “철마는 달리고 싶다.” 비록 지금은 분단국가지만, 여전히 서로 연결 되고 싶어 하는 바람이 담긴 문구인데요. 분단 이전 남한과 북한을 잇는 주요 노선은 경의선, 경원선, 동해선, 금강산선이 있었습니다.


경의선은 서울 용산에서 북한 신의주까지 총 499km를 연결했습니다. 신의주는 중국 단둥과 접경 도시로 중국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거점이었는데요. 현재 남북철도 연결 사업의 핵심 노선이기도 합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다음 해인 1951612일 남한의 문산역과 북한의 장단역을 잇는 구간 운행이 중단된 이후, 아직까지 연결되지 못하고 있죠. 무려 70여 년 동안 끊겨 있었던 셈입니다.


동해선은 1937년 일본이 전쟁을 위해 개통한 노선인데요. 일본은 수탈과 군수물자 운반 등을 위해 한반도의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부산에서부터 북한의 최북단 나선까지 이을 목적으로 건설했죠. 구간이 모두 연결되지 않아 동해북부선(양양-안변), 현재 동해중부선이라 불리는 경동선(포항-경주), 동해남부선(부산진-포항)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남북철도 사업의 가장 핵심 노선 중 하나로 끊어져 있는 동해선을 연결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죠.


경원선은 서울과 동해선을 이어주는 횡단 노선인데요. 서울 용산에서 출발해 북한 동부 원산으로 이어지는 철도죠. 1945738선이 그어진 이후 그해 8월 상호합의하에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가 적힌 철도중단점이 바로 경원선의 철도인데요. 본래 철도중단점은 신탄리역에 있었으나, 2012년 백마고지 역까지 연장 개통한 이후 백마고지 역으로 철도중단점이 옮겨졌죠. 다만, 당장 남북을 종단하는 철도 연결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해 종단 철도인 경원선은 2018 판문점 선언 철도 연결 사업에서는 제외됐습니다.


금강산선은 한반도에 최초로 건설된 민자 전철 노선인데요. 금강산 관광을 위해 철원에서 금강산을 잇는 총 길이 116.6km의 구간입니다. 38선 이후 완전히 폐쇄됐죠. 이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다른 노선들과 함께 재개통을 논의했으나, 북한이 건설한 금강산댐으로 인해 일부 구간이 수몰된 상태라 재개통 여부가 가장 불투명한데요. 이번 남북철도 사업에서도 다른 노선보다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죠




2018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철도 사업이 이슈가 되긴 했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남북 모두 철도사업을 벼르고 있었죠. 남북철도 연결 사업이 논의되기 시작한 건 1990년부터인데요. 이와 관련해 19909월부터 8차례에 걸쳐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렸습니다.

 

1992년에는 남북 간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는데요. 이 합의서에 내용 중 남과 북이 끊어진 철도를 연결한다는 합의사항이 포함되어 있었죠. 그러나 외교와 정치적인 이유로 구체적인 계획과 본격적인 실행에는 실패하고 말았죠.

 

2018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는 회담 이후 빠르게 남북철도 연결 사업을 본격화 한 것이었습니다. 2018720일에는 동해선(금상산청년 역-군사분계선) 노선 철도를, 724일에는 경의선(개성역-군사분계선) 노선 철도를 남북이 공동으로 점검했죠.

 

동해선과 경의선을 가장 먼저 점검 한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경의선은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중국 단둥과 접경지인 신의주로 뻗어 나가기 때문에 중국과의 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죠. 동해선은 러시아와 접경지인 나진까지 연결되어 있어 러시아에 진출하는데 유리할 뿐 아니라,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연계해 유럽으로 뻗어 나갈 수 있습니다.




남한의 물류 산업은 남북철도 사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산업 중 하나인데요. 분단 상황으로 인해 해로와 항로만을 이용해야 했던 물류 운송 인프라가 크게 확장되기 때문이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기업들은 해외로 물건을 보낼 때 대부분 컨테이너에 실어 선박을 이용해 운송하는데요. 유럽이나, 러시아로 운송하는데 평균 40~45일 정도 소요되죠.

 

철도가 연결되면 물류 운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됩니다. 당장 개통해도 될 만큼 인프라가 갖춰졌다고 평가하는 경의선에 고속철도가 들어설 경우, 서울에서 중국 단동까지 단 3시간이면 도착하죠. 또한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 선박을 이용해 물류를 운송한다면 약 30일이 소요되지만, 철도를 이용할 경우 14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남북철도 사업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대륙으로의 대량 물류 수송을 가능하게 합니다. 선박은 항만이 있는 곳으로만 물류를 운송할 수 있죠. 항공기는 비용이 많이 들고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물류가 제한적이어서 소량의 물류 운송밖에 할 수 없는데요.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기차는 다르죠.


남북철도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28km 물류 네트워크가 형성될 거로 전망하는데요. 대륙을 가로지르며 물류를 운송할 수 있는 지점이 획기적으로 증가하고, 가격은 내려가겠죠. 박홍수 사호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은 지난 2019년 아시아 투데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철도로 물류를 운송할 경우 해운보다 시간과 비용이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지리라 예측했죠.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월간 마이더스도 철도로 유럽 수출이 가능해지면, 컨테이너 1대당 약 1,000달러의 운임이 절약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남북철도 사업에도 풀어야 할 과제가 있는데요. 가장 큰 현실적 문제는 자금 조달입니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은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과 보수에 총 64,000억 원이 들 것이라고 예상했죠. 그러나 북한의 노후한 철도를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지난 2014년 금융위원회는 북한 철도 개발에 86조 원이 들 것이라 말하기도 했고요, 이상준 국토연구원 부원장은 남북철도 사업비용을 외대 37조 원까지 예측하기도 했죠. 또한 남한과 북한의 다른 전기 공급 체계도 문제가 되는데요. 남한의 전력생산량이 북한보다 20배 이상 많아 전기 공급 방식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죠.

 

남한과 북한의 유동적인 관계도 넘어야 할 과제입니다. 막대한 금액이 드는 사업인 만큼 투자 유치가 관건인데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남북관계는 투자자들에게 거대한 리스크로 다가오죠. 특히 지난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 이후 남북의 협력 사업에 신용이 떨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해외투자자들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너무 크게 느껴질 수 있는 거죠.

 

아울러, 미국의 대북 제재도 투자 유치에 큰 걸림돌인데요.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이상 미국은 대북 제재를 풀지 않을 가능성이 크죠. 이러한 문제들이 해외 투자자들을 여전히 망설이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국민 세금을 걷어 철도를 건설하는 것도 시기상 어려움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 마련과 남북 관계의 안정화에 남북철도 사업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세계적인 투자자 마크 모비우스는 미국의 경제, 금융 전문 TV 채널인 CNBC에 출연해 남북철도 사업을 엄청난 기회라고 표현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통해 유럽으로 연결되는 동해선과 중국횡단철도와 연결되는 경의선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를 아주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인데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재영 원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남북철도 사업이 성공한다면 현재 11위인 한국 경제 규모가 7위까지는 무난히 성장할 것이라 예상했죠. 또한 이상준 국토연구원 부원장은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2030년에는 개성공단 지역에서만 8,000t의 화물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물론, 남북철도 사업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지난한 과정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볼 수도 있죠. 역사적으로 경제적으로 한반도는 가장 적극적이고 어려운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초연결사회에서 여전히 연결되지 못한 분단국가. 남북철도 사업은 단절된 한반도를 연결하는 첫 단추이자, 미래를 가늠할 척도가 되겠죠. 또 한반도의 연결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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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상운 2020.02.19 03:56 ADDR 수정/삭제 답글

    공포와 혐오가 아닌 신뢰와 협력의시대 남북철도 연결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국익과 세계평화 비핵화에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