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못과 맞바꾼 돼지 한 마리
[DK BRAND/철이야기] 2020. 2. 6. 18:09


 “60년 이후에는 전 세계 철의 매장량이 바닥날 것이다”


1910년 스톡홀름 국제 지질 학회에서 발표된 ‘철의 궁핍’에 대한 보고서 내용이다. 소련(러시아)의 자연과학자 퍼스만도 거들었다.


“거리는 황폐화될 것이다.”

“철도, 기관차, 자동차들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기찻길에 있는 자갈조차 필요 없을 것이며, 모두 물렁물렁한 점토질로 변해 버릴 것이다”

“공장은 이 중요한 금속 없이는 지탱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없어지고 말 것이다”


공상 과학소설 같은 이 예측은 크게 어긋났다. 철은 아직도 우리 곁에서 생생하게 살고 있다.



오래전부터 철은 소중한 불씨였다. 영국의 탐험가(18세기) 제임스 쿡은 폴리네시아 제도 탐험 일기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한 선원이 녹슨 못을 원주민에게 건네자, 돼지 한 마리를 주었다.”

“오래된 칼 한 자루를 주자 선원들이 며칠 먹을 수 있는 양의 물고기와 맞바꾸기도 했다.”


솔로몬 왕도 철의 소중히 했다. 그는 예루살렘 솔로몬 왕 궁전 건축이 끝나자 건설에 참여한 사람들을 축하연에 초대했다. 그리고 손수 초대자들을 돌아보더니 벽돌공과 목수를 제쳐두고 대장장이에게 ‘가장 큰 공헌자’라고 치하했다. 



이렇게 귀하게 다루었던 철은 18세기부터 산업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1778년 최초의 철교가 건설되고, 10년 후에는 철로 된 수도망이 놓였다. 세계 최초의 철선 발칸(Vulcan. 여객선. 艀船)호도 진수되었다.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1868년 런던의 한 잡지 11월 호에는 당시의 모습을 이렇게 기사화했다. 


“1818년에 건조된 Vulcan호는 지금 그리니코에서 수리 중이다. 50년 전 이 배가 처음으로 진수될 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기적을 보러 몰려들었다.” 


Vulcan호가 성공적인 운항을 시작하고 4년이 흐른 1822년, 영국에서는 증기선으로 만든 최초의 철선(길이 36.6m, 폭 5.18m, 30마력) Aaron Manby호가 런던과 파리 사이를 항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철의 가장 큰 결점은 부식이다. 그것을 방지하는 것이 야금술이다. 국제금속 학자들이 펴낸 연구결과에는 1820년부터 1923년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된 철 17억 6,600만 톤 가운데 7억 1,800만 톤이 부식으로 먹혔다. 영국은 매년 6억 파운드의 철강이 부식 당했다고 발표했다.



철의 부식을 억제하는 기술은 어느 나라가 강할까? 바로 고대 인도를 야금술의 으뜸이라고 한다. 인도의 부식 방지 협회는 약 1,600년간 존재해 왔다. 그 진위 여부는 인도 델리시의 유물 ‘철 기둥’이 대변해 준다. 인도 최초의 모스크 ‘쿠와트울 이슬람 사원(Quwwat-ul-Islam Mosque)’ 앞에 서 있는 높이 7.2m의 ‘철 기둥(Iron Pillar)’은 한 아름 정도의 굵기다. 무게는 약 6톤. 이 기둥에는 산스크리트어로 ‘4세기 굽타왕조의 찬드라 굽타 2세(375~413년 통치)왕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글이 새겨져 있다. 


순도 100%에 가까운 순수한 철(鐵)로 만들어진 쇠기둥의 비밀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에밀레종의 포뇌를 아직도 재현하지 못하는 연유와 비슷하다. 인도의 정치가이자 민족 운동 지도자인 네루(인도의 재발견)도 인도의 야금 기술을 자랑했다. 


“분명 고대 인도인들의 철 가공 기술은 발달했다. 델리시 근처에는 현대 과학자들조차 놀라게 하는 대단한 철 기둥이 세워져 있다. 과학자들은 아직도 산화와 대기의 마모 작용으로부터 철을 보호하는 당시의 기술을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마스커스 강철 검’을 만든 페르시아인들조차 “강철을 구하려거든 인도로 가라”라는 속설을 남긴 것은 인도를 강철 강국으로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최근 세계 2위의 철강 대국으로 등장한 인도의 미래가 주목된다. 




김  종  대 <철강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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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혜진 2020.02.07 16:16 ADDR 수정/삭제 답글

    흥미로운 이야기 입니다. 잘 읽어 보았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