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공예가, 이혜선 작가 인터뷰
[DK PLAY/트렌드] 2020. 1. 22. 15:04


오늘 D’blog에서는 바다의 폐품을 활용하여 업사이클링 아트를 하고 계시는 철 아티스트, 이혜선 작가님을 소개해드립니다. 해변에서 쓸모없는 것들을 모으는 행위 비치코밍(beach + combing)을 통해 재료 또한, 달에 한 번씩 직접 선별하신다고 하는데요. 이번 D’blog 인터뷰를 통해 업사이클링 아트에 관한 이혜선 작가님의 생생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금속공예가 이혜선입니다.
바다의 폐품을 수거하여 세상에 하나뿐인 창작물을 제작하는 업사이클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처음 만들었던 작품(손등대)을 설명하는 업사이클링 철 아티스트, 이혜선 작가


Q.     금속 공예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적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해 공과대학으로 진학을 했어요. 그러다 쥬얼리 세공을 접했는데, 문득내가 가야 할 길이다.’라는 확신이 들더라구요. 그 후로 금속공예과로 편입을 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작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힘든 점도 있지만 여전히 창작활동이 재미있고, 그 재미가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에요!


▲ 작업에 사용하는 도구들

 

Q. 바다 쓰레기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흔치 않고, 특이하게 느껴지는데요. 바다 쓰레기를 활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우연히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바다 쓰레기를 활용한 작품 전시에 참여하면서 업사이클링 아트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첫 작품으로 어두운 공간을 밝게 비추는 손등대(랜턴)를 만들었죠. 이 작품은 바다 쓰레기도 밤바다에 꼭 필요한 등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품고 있어요. 제가 만든 손등대(랜턴) 작품처럼 바다 쓰레기도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 바다 폐품들을 활용하여 만든 작품들

 

Q. 가장 만족스러운 작업물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처음 제작한 손등대(랜턴)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보통 제가 작품명을 지을 때, 부표나 플라스틱 재료의 모델명으로 이름을 짓곤 하거든요. 다듬어지거나 다른 모형으로 변하면 원래 이게 무엇이었는지 잊게 되는데, 이걸 잊지 말자는 뜻에서 원재료의 모델명으로 이름을 지어요. 하지만 이 작품은 손으로 드는 등대라는 뜻이 작품과 찰떡궁합이라, 손등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귀엽죠?


부표명에서 이름을 딴 FLOAT SHE-3 랜턴

 

Q. 보통 한 작품을 제작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작품을 제작하는 시간보다 기획하고, 구상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전공이 금속공예다 보니 제작은 일주일이면 충분한데, 형태는 어떻게 잡을지, 폐품은 어떻게 조합할지 구상하는 게 2~3주씩 소요되더라고요. 부표나 플라스틱을 분해하다 보면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면 폐품의 속이 비어 있을 줄 알았는데 다른 색상이 나온다거나, 독특한 무늬가 있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때는 속을 그대로 활용해야 할지 드러내야 할지 다시 구상해보고 초안을 수정해요. 그리고 전선 등 부가적인 구조물을 어떻게 넣을지 내부 구조도 꼼꼼히 체크해야 하죠. 그렇게 해서 빠르면 한 달, 오래 걸리면 한 달 반 정도가 한 작품을 제작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에요.


▲ 바다에서 주워 온 원재료(쓰레기)

 

Q. 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비례, 대칭, 균형에 초점을 맞추어 작업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움을 가장 중시해요. 빛이 바래도, 흠집이 있어도 그 자체로 아름답거든요. 다시 다듬어서 새것처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원재료(바다 쓰레기)의 자연스러움을 어떻게 돋보이게 할지 고민하며 창작 활동을 해요.



Q. 어떤 작업을 하실 때 가장 행복하신가요?

비치코밍(beachcombing)이라고 바다에서 원재료(쓰레기)를 주울 때가 가장 재미있어요. 바다에 갈 때마다 늘 새로운 쓰레기들이 있는데요. 독특한 폐품을 발견하면이걸로 어떤 작업을 하면 되겠다하고 영감을 얻고 창작활동에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Q.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세 번째 작품까지는 옛날 기름 랜턴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원재료의 자연스러움을 부각하자 마음먹은 이후부터는 주로 도자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요. 도자는 형태가 다양해, 보고 있으면 전반적인 이미지의 영감을 얻을 수 있거든요


장어잡이 어구를 사용한 FISH TRAP 랜턴


Q. 금속공예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금속은 플라스틱 외에도 여러 재료들과 부담 없이 잘 어울려요. 보통 도자는 유리 등 타 재료와 결합하기 어렵거든요. 하지만 금속은 재료에 따라 결합하는 기법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보다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요. 부품을 결합할 때에도 타 소재의 경우 본드로 붙여서 디테일이 떨어지는데, 금속을 활용하면 은땜을 하게 되니 디테일 작업에서 확실히 강점이 있죠.



Q. 작품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주변 분들이 처음 제 작품을 접할 때 바다 쓰레기가 활용되었는지 전혀 모르시더라고요. 부표와 플라스틱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장난감인 줄 알고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더러 관심을 가져주실 때가 많아요. 나중에 바다 쓰레기라는 소재를 파악하신 분들은 버려진 쓰레기로 멋진 작품을 만들었다며, 좋은 일 하는 환경 운동가라고 칭찬도 해주세요. 칭찬에 기분이 좋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직 제가 듣기에는 다소 과분한 칭찬이라고 생각이 들어서요. 매번 칭찬들이 부끄럽지 않도록 더 열심히 작업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제일 처음 만든 작품 '손등대' 랜턴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제가 만든 작품들을 보시면, 제 손안에서 편리하게 작업하였기에 손 밖을 벗어나는 사이즈가 없어요.그러다 보니, 크기 또한 모두 비슷비슷한데요. 작품의 크기를 좀 더 키울 수 있다면 기존 작품들과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 큰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시도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방면으로 작업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는 크기가 더 큰 작품들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작업시 주로 쓰이는 모루

 

Q. 앞으로의 계획을 여쭤봐도 될까요?

작품과 전시에서 끝이 나는 게 아니라, 상품 개발까지 영역을 넓혀 보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데 아직 유통되지 않으니까 도돌이표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바다의 쓰레기들이 계속해서 쓰임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바다부표를 활용하여 상품으로 개발한 풍경시리즈

 

Q. 마지막 한마디

가끔 작업을 할 때면, ‘이렇게 쓰레기를 가져다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요. 하핫 하지만 쓰레기가 쓰임새를 찾도록 앞으로도 노력하는 작가가 되려고 합니다. 2020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새롭게 활동을 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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