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 기념품으로 기억하는 여행
[DK PLAY/트렌드] 2019. 12. 17. 10:02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의하면 2009년 한국인 출국자 수는 949 4천여 명이었는데요.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18, 같은 통계에서 한국인 출국자 수는 2,8696천여 명을 기록했습니다. 여행 전문 매체 <여행신문> 2019년에 한국인 출국자 3천만 명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죠. 저비용항공사의 등장과 삶의 질이 중요시되는 문화가 만나 매년 꾸준히 한국인 해외여행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행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행을 기억하곤 하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기념품이죠. 일상으로 돌아와 여행지에서 사 온 기념품을 보며 즐거웠던 시간을 추억하는 겁니다. 오늘은 철이 들어간 기념품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하는데요.


우리의 여행을 기억하게 해줄 철제 기념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념품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여행하는 소비자 투어리슈머(Tourisumer)에 대해 먼저 설명하겠습니다. 해외여행객이 증가하면서 매년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죠. 그중 하나가 투어리슈머입니다. 투어리슈머는 여행자를 뜻하는 투어리스트(Tourist)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인데요. 말 그대로 여행하면서 다양한 물건을 소비하는 국경 없는 소비자를 뜻합니다.


투어리슈머가 늘어난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는데요. 첫 번째가 인터넷 통신의 발달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물건을 사야 싸고 질이 좋은지 등 정보를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한데요. 예를 들어, 많은 신혼부부가 육아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으로 여행을 가죠. 



두 번째로는 감정 소비의 증가입니다. 2018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한 말이 있습니다. “살까 말까 할 때는 사라이런 식의 소비를 감정 소비라 부르죠.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작은 사치를 즐기는 일인데요. 합리적인 가치를 따지기보다는 감정적 충족을 위한 소비가 늘고 있습니다. 단 며칠의 휴가를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도 감정 소비 트렌드의 현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투어리슈머의 증가는 두 개의 모순된 이유에서 시작되죠. 합리적 소비가 가능해진 기술 발전과 감정적 소비가 응원받는 문화 사이에서 피어난 여행 트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그넷(Magnet)은 여행지에서 사 오는 대표적인 기념품이죠. 마그넷은 자석을 뜻하는 영어단어인데요. 자석은 자성을 지닌 물체를 이르는 말입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천연자석은 자철석 등 일부 광석에서 발견할 수 있죠.

 

자석의 역사에 대해서 몇 가지 흥미로운 전설이 있습니다. 오래전 마케도니아의 마그네시아(Magnesia)와 이오니아 지방의 도시 마그네시아(The City of Magnesia)의 플리니(Pliny) 신화에 따르면, 가축을 방목하던 목자들의 지팡이와 신발이 땅에 빨리 닿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해지죠. 한편, 이집트에서는 천연자석을 호루스(Horus)의 뼈라고 불렀습니다. 호루스는 대기와 불을 관장하는 고대 이집트의 신이죠. 이처럼 자석의 끌어당기는 힘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더는 천연자석에서 다양한 신화가 탄생하지는 않습니다. 인공적으로도 자석을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인공 자석은 탄소 함유량이 높은 고탄소강(강철의 종류)을 열처리한 뒤에, 텅스텐과 크롬 등을 첨가해 만들어지는데요. 기념품으로 만들어지는 자석에는 대부분 크롬강을 사용하죠.

 

크롬강은 스테인리스처럼 비싼 재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 장난감이나, 여행 기념품 등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에 주로 사용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석에 각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더하면, 근사한 기념품이 되는 거예요. 과거 인간들은 자석을 보면 상상을 했지만, 오늘의 인간들은 자석 기념품을 보면 기억을 합니다. 자석은 언제나 어떤 세계를 생각하게 만들죠




2017JTBC에서 방영한 드라마 <청춘시대2>에서 재밌는 대사가 등장합니다.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친구에게 하는 대사인데요. “설마 기념품으로 열쇠고리 사 오는 건 아니지?” 이 대사가 내포한 다양한 맥락 중 하나는,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 오는 기념품의 대명사가 바로 열쇠고리라는 사실이죠.

 

해외여행자가 많아지면서 지인으로부터 심심치 않게 해외여행 기념품을 선물로 받게 됩니다. 누군가는 질렸다고 표현하지만, 해외여행자들이 열쇠고리를 기념품으로 선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가볍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고, 실용적이기까지 하죠.

 

사실 10여 년 전만 해도 집 열쇠, 자동차 열쇠 등 한 사람이 두세 개의 열쇠를 가지고 다니는 일이 많았습니다. 열쇠들을 개별 보관하기엔 너무 작고 가벼워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를 일이었는데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열쇠고리였죠.

 

그런데 요즘은 열쇠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적어졌습니다. 열쇠 대신 카드키가 생겼고, 스마트키가 생겼어요. 그럼에도 열쇠고리를 기념품으로 사 오는 일이 여전히 많습니다. 대신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는데요. 가방 지퍼 고리에 끼워 패션 소품으로 이용하거나, 종류별로 모은 열쇠고리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기도 하죠. 열쇠고리는 점점 감성을 자극하는 기념품이 되고 있습니다




열쇠고리나, 마그넷 기념품보다 좀 더 성의 있어 보이는 제품을 고려할 때 꼭 가장 먼저 생각나는 기념품이 있습니다. 바로 티스푼이죠. 일반 식기 세트보다 크기가 작아 여행 가방에 넣기에도 좋고, 독특한 모양의 티스푼은 주방 분위기를 바꿔주기도 하니까요. 특히 차 문화가 발달한 영국이나, 터키를 여행한 사람들이 주로 티스푼을 기념품으로 선택하기도 합니다. 영국과 터키처럼 차 문화가 보편화된 여행지에서 티스푼은 여행지의 일상 그 자체일 테니까요.

 

티스푼은 아니지만, 다른 이야기를 담은 스푼 기념품도 있습니다. 라오스의 스푼이죠. 라오스의 야시장은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기로 유명한데요. 유독 눈에 띄는 기념품이 바로 스푼입니다. 라오스의 스푼은 매우 가벼운 게 특징이에요.

 

거기에는 슬픈 역사가 녹아 있죠. 베트남 전쟁 당시 라오스도 상당한 피해를 보았습니다. 그때 라오스에 투하된 포탄 중 불발탄들이 여전히 남아있죠. 라오스의 스푼은 불발된 포탄에서 재료를 얻어 만듭니다. 재료가 없어서가 아니라, 다시는 끔찍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고안된 아이디어였죠. 이처럼 티스푼과 스푼 기념품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답니다




배지는 주로 옷 칼라 부분이나 가슴에 매는 장신구죠. 때로는 한 사람의 지위와 직급, 경력, 경험 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에서 주인공 아이의 가방에 수많은 배지가 달려있는데요. 아이가 보이 스카우트 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배지로 만들어 기억하는 겁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아이는 자신의 배지들을 굉장한 명예로 여기죠. 배지가 다른 기념품들보다 상징적 의미가 큰 이유입니다.

 

장기 여행자 중에는 여행 가방에 다양한 나라의 배지를 달고 다니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가방에 달린 배지만 보고도 어느 곳을 여행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어요. 또한 최근 셀프 디자인, 셀프 집 꾸미기 등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완성해 가는 것이 유행인데요. 개성 있는 패션, 인테리어 등에도 배지가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여행의 기억을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사용하는 거죠.

 

여행은 점점 떠나고 돌아오는 것을 넘어, 자신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기념품 역시 개성을 드러내기 좋은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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