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에 놓인 아름다운 다리 이야기
[DK BRAND/철이야기] 2019. 11. 27. 18:00


산이 많고 땅이 좁은 나라에는 유독 협곡에 걸쳐있는 교량이 많다. 계곡이나 협곡에 다리를 놓으면 그곳에는 작은 땅을 개간할 수 있고, 생활 터전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산간지역의 짧은 계곡은 목재를 놓아 다리를 만들었지만 긴 거리의 협곡은 어쩔 수 없어서 먼 거리를 도보로 걸어가야 했다. ‘원통이 고개’라든가, ‘깔딱 고개’라는 명칭이 생긴 이유는 힘들게 걸어야 하는 육체적 고통을 대변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원통해서 못 살겠다’거나, ‘숨이 곧 넘어갈 것 같다’는 표현을 했겠는가. 


▲ 스위스의 간터교


철강재가 손쉽게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이런 불편은 사라졌다. 오히려 하늘 높이 걸린 철제 교량들은 자연과 어울려 운치 있는 볼거리를 주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안정된 주행과 경제성, 그리고 자연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계곡에 교량을 설치한 곳이 많다. ‘간터교’(최대지간 174미터. 1980년)나 코허계곡의 고가교(지간 185m. 1979년)는 매우 아름다운 고가교로 이름나 있다. 


▲ 프랑스의 미요교(Le Viaduc de Millau). 과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교였다.


2004년 프랑스 타른강 계곡(남부 미요시)의 ‘미요교’도 협곡에 놓인 아름다운 교량으로 정평이 났다. ‘미요교’의 길이는 2,460m이며, 높이는 300m나 된다. 이 지역은 다리가 놓이자 극심한 교통체증의 해결과 매연으로 가득했던 환경도 개선되었다. 


일본도 좁은 협곡이 많아 전설의 고향에 등장할 만한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이와테현의 산리쿠 해안은 자동차 한 대가 통과하기 어려워 걸어서 가야 한다. 길 중간에는 교통편도 거의 없고 소득수준도 낮은 다노하타 촌이 있다. 이곳에 부임하는 공무원이나 교사들에게는 고통스러운 길이었다.


이들은 높낮이가 100미터 되는 골짜기를 걸어서 부임지에 도달해야 했다. 그래서 오르막길은 ‘고민 고개’로 불렸고, 내리막과 오르막이 번갈아 나타나는 지형은 ‘사표 고개’로 불렸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길이었는지 상상이 된다. 


▲ 타카치호 협곡의 다리


철강 산업이 발달한 일본은 이런 골짜기와 협곡에 여러 개의 교량을 놓았다. ‘마기사와교’(1965년)와 ‘시이대교’(1984년)가 대표적인 다리들이다. 이 다리는 모두 아치교이다. 다리가 건설되자 빈촌이었던 ‘다노하타 촌’에는 다양한 산업이 들어섰고, 소득수준도 크게 향상되었다. 2006년에는 ‘고민고개대교’가 병설됐다. 


일본은 아소 산맥의 용암지대를 깊게 침식시키는 강 위에 교량을 설치하여 농림업을 활성화시키기도 했다. ‘고카세 강’ 주변에는 협곡이 많아 교량도 많이 설치되었다. 이 강은 미야자키현 북부의 히노카게정 중심을 흐르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좁은 유역의 평지에 살면서 주변 지역의 왕래와 땅의 개간에 어려움을 주었다. 


▲일본 덴쇼대교


이런 고민을 해결해준 여러 개의 교량은 지역경제를 되살렸다. 이곳의 교량들은 높이가 100m 이상이고, 지간은 200m를 넘는 장대교(長大橋)들이다. 그중 협곡에 설치된 높이 143m의 ’덴쇼대교‘(農道橋)는 일본에서 가장 긴 철근콘크리트 아치교였다. 산지가 많고 강우량이 많은 일본은 비가 내리면 구릉지가 물에 잠기게 되므로 이같은 교량을 가설하여 구릉지 사이의 편리한 왕래뿐만 아니라 거주지의 면적도 확대해 주었다. 


철은 이렇게 지상 수백 미터의 공중에 길을 내주고 국토의 입체적인 활용도 가능케 해주는 소중한 자원이다. 특히 자국 내에 철강 산업이 번성하였다면 보다 손쉽게 교량 재료를 조달할 수 있고, 토목 기술이 발달한 현대의 기술은 하늘 높은 곳 일지라도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 아름답고, 튼튼한 국가 인프라의 구축은 이제 선택만 하면 된다. 다양한 철강재가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김 종 대 철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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