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차 자율주행 시대와 생활물류
[DK PLAY/트렌드] 2019. 11. 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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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상용차 자율주행 첫 시연에 나선 국내 한 완성차 업체의 대형트럭에서 흘러나온 안내 멘트다. 40톤급 화물 운송용 대형트레일러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갖췄다.

 

SAE는 자율주행을 6가지 단계로 정의한다. 0에서 5까지 6단계로 나뉘는데, 4단계 이상이면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0단계는 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일반 자동차다. 운전자가 알아서 모두 해야 한다. 기껏해야 주차할 때 벽에 닿을 것 같으면 경고 신호등이 들어오는 정도이다. 1단계는 장애물이 있으면 알아서 브레이크가 작동하거나 자동 속도 조절 장치인 크루즈(Cruise) 같은 운전 보조 기능을 갖춘 자동차가 이에 해당한다. 2단계는 1단계보다 조금 진보한 부분 자율주행으로 차선 유지(LKAS, Lane-keeping Assistance)와 가속기, 브레이크 등을 자동화시켰는데, 차량이 진행되는 방향인 종()방향에 대한 인식과 판단, 제어만 관여한다. 최근의 대부분 신차가 2단계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3단계 이상부터는 기능과 작동이 복잡해진다. 자동차 스스로가 차선 변경을 하기에 앞뒤 진행 방향에 더해, 좌우 상황까지 고려한다. 자율차와 일반 차가 동시에 운행되는 상황에서 무수한 운전 방해 요소와 위험한 운전 행태를 인식하고 판단한다. 3단계 역시 운전자가 늘 개입하여 운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4단계는 운전자 개입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다. 졸리면 자더라도 큰 문제가 없고 운전을 원할 때 개입할 수 있다. 5단계는 운전자와 운전대가 없고, 그냥 타기만 하면 알아서 목적지까지 가는 자동차다.

 


 

온라인 구매와 지역과 지역 간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물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주행 기반 상용차에도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사물인터넷(IoT), 모빌리티 기술과 결합해 물류산업의 최적화와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 자율주행 트럭의 장점은 주행 중에도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운전이 많고 야간과 새벽 운행이 잦은 화물차 운전자들의 업무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준다.

 

운전자 부주의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현저히 낮춰 인명 피해는 물론 연간 수십조에 달하는 금전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에서 화물차 사고는 10.8%로 승용차(53.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사망사고 비율은 1.9%에 불과하지만 화물차 사고는 3.7%에 달한다. 화물트럭 기사의 경우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 피해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또 정해진 시간대에 정확한 운송이 가능해져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최적의 속도와 가속력을 유지하도록 설정돼 있어 장거리 운송 원가 중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연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배출가스를 감소시켜 대기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볼보는 이미 트럭의 군집주행 기술을 통해 물류비용 절감과 연료 소비 15% 절감을 실현한 바 있다.



 

물류업계는 군집주행 기술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군집주행(플래투닝, Platooning)'이란? 2대 이상의 트럭이 하나의 대열로 자율주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트럭이 도로 위에서 마치 기차처럼 달리는 기술이다. 추종 트럭의 운전자는 운전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

 

군집주행 운행은 뒤따르던 트럭 운전자가 선두 차량에 접근 후 군집주행 모드로 전환하면 시작된다. 군집주행 모드로 전환된 이후 후방 트럭은 최소 간격을 유지하며 앞에 가는 차량의 가속, 감속에 맞춰 실시간 제어가 이뤄진다. 제동거리를 확보한 최소 차간거리 설정은 현대차가 16.7m, (MAN) 트럭이 15m를 정해두고 있다. 타 차량이 트럭과 트럭 사이에 들어오거나 나오는 상황도 대처가 가능하다.




상용차(트럭·버스)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차체가 커서 사고가 나면 손실이 크다. 그래서 자율주행 상용차는 자율주행 승용차보다 훨씬 더 정교한 센서와 판단, 제어 기술을 필요로 한다. 트레일러가 결착된 대형트럭은 일반 준중형급 승용차 대비 전장은 약 3.5, 전폭은 1.4, 차체 중량은 9.2배가량 커서 더 고도화되고 정밀한 자율주행 제어 시스템이 적용된다.

 

국내 시연에 성공한 자율주행 대형트럭에는 전방 및 후측방에 카메라 3, 전방 및 후방에 레이더 2, 전방 및 양 측면에 라이다(Lidar) 3, 트레일러 연결 부위에 굴절각 센서 1, GPS 1개 등 총 10개의 센서와 V2V(센서와 차량 간 통신)적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한다. 각 센서는 기존 자율주행 승용차에 적용됐던 것과 성능은 유사하지만 대형트럭에 맞춰 가속과 감속, 조향, 제동 등이 최적화됐다. 특히 굴절각 센서는 차체와 트레일러 사이의 각도 변화를 실시간 파악함으로써 차량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제어한다.




상용차 자율주행이 일상화되면 물류현장 인력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언택트(Untact) 비대면 서비스로의 전환이 물류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며, 상업적으로는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다. 지금까지 신발을 사기 위해 고객이 가게를 찾았던 방식에서 신발을 판매하는 자율차가 고객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이마트는 당일배송용 자율주행차 `일라이고(eligo)`를 통해 무인배송을 시작했다. 이 배송 시스템으로 약 800m 거리 목적지까지 배송차가 도착하는 데는 3분 정도 소요된다. 매장에서 배송지까지 가는 모든 경로의 지도가 시스템에 내장돼 있어 최적의 경로를 알아서 찾아간다. 사람과 만나지 않는 서비스를 선호하는 `언택트(untact)` 족을 겨냥한 이마트는 사람 없이 배달하는 `라스트 마일(물류에서 상품 배송 단계 중 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단계) 무인배송`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기존 화물차 기사가 배송뿐만 아니라 매장직원을 대신해 무인점포에서 매장납입, 검수·검품, 상품 분류, 반송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며, 차량 운전은 자율주행이 스스로 하고 탑승자는 도착지에서 나머지 미션을 수행하는 업무 모델이 정착될 전망이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 자율주행 상용차에도 장단점이 공존한다. 그러나 자율주행 상용차가 제공하는 장점이 훨씬 크기에 기술이 상용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껏 인간을 이롭고 편리하게 하는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엄청난 속도로 일상생활에 침투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후발 주자임에도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세계 5위 생산국이 됐다. 최근 몇 년 새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이 결합된 융복합 신산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자율주행차의 기술 개발 수준을 보면 그 나라의 4차 산업혁명 수준을 알 수 있다.

 

투자은행들은 자율주행차가 자동차 업계에 2030년까지 최대 28000억 달러의 새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세계 최초로 완전자율주행 상용화 시점을 기존 2030년에서 2027년으로 3년을 앞당긴다는 목표다. 국토부는 올해 40t 트럭 2대의 군집 주행 실증 실험을 마쳤고, 2021년에는 4대까지 테스트한 뒤 2022년 이후 의무 안전거리 축소를 포함해 실제 군집 주행 실행을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래 먹거리 활로를 찾지 못한 한국 경제의 근심을 '자율주행 상용차'가 덜어주길 기대해 본다.

 

 

* 설명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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