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돌진하는 캐터필러
[DK BRAND/철이야기] 2019.11.06 18:01


농업용 트랙터나 거대한 불도저의 핵심은 캐터필러이다. 중장비의 바퀴 역할을 하는 캐터필러는 중후판을 소재로 한 것 같지만 주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쇳물을 틀에 넣어 주물로 만든 다음 일정한 강도로 가공한 단조품이다. 



불도저에 장착된 캐터필러는 여러 개의 단조 강판 조각을 벨트처럼 연결한 차바퀴이다. 이 소재는 단조품이기 때문에 너무 무르면 마모가 잘되고 너무 강하면 깨지기 쉽다. 


캐터필러는 장애물들을 거침없이 밀고 나아간다. 고무바퀴는 깊은 구덩이를 넘지 못하지만, 캐터필러는 어지간한 장애물을 손쉽게 넘어간다. 이동의 원천을 만드는 캐터필러 덕분에 불도저는 전방에 평평하고 긴 날을 펴서 새로운 길을 손쉽게 만들어 낸다. 



지금부터 30년 전(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을 허물 때, 사람들은 망치와 정으로 벽을 허물었다. 힘든 작업을 지켜보던 경찰 당국은 불도저를 동원하여 벽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분단된 독일의 마지막 장면, 동서 유럽 간의 적대적 관계를 종식시키는 역사적인 기록물에는 캐터필러가 클로즈업되고 있다.



불도저는 70년대 초반만 해도 보기가 어려웠다. 비싼 장비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지간한 공사 현장에 크고 작은 불도저가 사용되고 있다. 개인이 보유하면서 농업에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 불도저는 캐터필러 덕분에 불도저의 몸체가 360도 회전하는가 하면 운전석을 공중에 매달은 채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불도저의 꽁지에는 갈고리 모양의 리퍼(ripper) 등을 부착할 수 있다. 이 리퍼는 큰 암석이나 도랑을 파고, 도목(倒木)·발근(拔根)·포장(鋪裝) 파쇄 등의 작업을 한다. 리퍼는 쟁기같이 생겨서 암석을 파쇄하는데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오래전에는 상을 당하면 선산에 조상을 모시느라 동네 사람들이 삽과 곡괭이로 하루 온종일 묫자리를 만들어야 했지만, 지금은 불도저의 캐터필러가 울퉁불퉁한 산길을 가볍게 만들고, 깊은 산속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1951년에 발표된 영화 ‘사막의 여우’에서는 독일의 에르빈 롬멜 장군이 이끄는 전차군단이 등장한다. 이 영화의 백미는 전차군단의 질주이며 클로즈업된 전차의 캐터필러는 보는 이들에게 무적의 탱크부대를 연상시키게 한다. 오죽했으면 프랑스는 롬멜장군에게 ‘사막의 여우’라는 별명을 주었다. 

불도저가 무엇이든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특성을 빗대어 자신의 의도대로 밀어붙이는 정치인들에게 불도저라는 별명을 주기도 한다. 일본 전 수상이었던 다나카 가쿠에이, 전 서울시장 김현옥 씨,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불도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불도저의 어원은 황소(bull)와 졸다(doze)를 합성한 것이다. 황소를 맥도 못 추게 한다는 비유이다. 미국에서는 ‘더 스탐’에 가입을 거부하는 흑인들을 산속으로 데려가 린치를 가했다고 해서 ‘bull doze’라고 했다. 



세계 최대의 불도저는 ‘코마츠 D575A-2’이다. 작업 중량은 110톤급이다. 그러나 캐터필러의 중요 부품들은 미국 등의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형장비는 브라질과 유럽에서 수입된다. 


캐터필러라는 상표로 트랙터를 생산한 기업은 ‘홀터매뉴팩처링컴퍼니’이다. 이 회사의 현재 이름이 캐터필러이다. 미국 시카고가 본산이다. 온몸을 철강재로 뒤집어쓴 중장비의 완전 국산화가 아쉬운 대목이다. 




글: 김 종 대 (철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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