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의 시대- 작은 본사를 지향하다
[DK BRAND/철이야기] 2019.10.10 18:37

▲포항 1후판 공장 전경.

 

포항 1후판공장이 완공(1991)되던 시기에 세계 경제는 몹시 휘청거렸다.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은 전체 인원의 10%4,000여 명을 삭감했다. 프랑스의 유지노세실로사는 노르망디 제철소의 조강 설비를 폐쇄시키고 인원의 13%를 줄였다. 미국 내셔널스틸은 3,100명의 40%를 감원하고, 인텐트 스틸도 3년 동안 3,500명을 감원했던 암울한 시기였다.

 

특히 미국의 베들레헴스틸 등은 한국을 포함한 21개국에 무려 84건의 제품을 반덤핑 협의로 제소했다. 상계관세 부과 요구는 동국제강의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을 주는 현안 과제였다.

이런 환경은 동국제강에 경영혁신이란 바람을 불어 닥치게 했다. 해외 출장 중에 항상 기업의 미래를 구상하던 고 장상태 회장은 1993213일 계열사의 사장단을 불러 교육을 했다.

 

피터 드러커교수의 ‘21세기의 기업 경영이란 비디오를 학습교재로 진행했다. ‘피터 드러커교수의 저술서 7종을 망라한 7시간 30분 분량의 비디오 내용은 급변하는 세계경제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자는 어떻게 의식개혁을 해야 하며, 관리 혁신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지를 주제로 하고 있었다.

 

▲ 고 장상태 회장.

 

회사 내에 좋은 정책이 많다고 한들 회사가 도산해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업이 영원히 존속하고 도산하지 않으려면 기업이 갖고 있는 구태의연한 제도 등 잘못된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뱀이 허물을 벗고 새롭게 변신하는 모습이나, 나무를 전지하는 일들은 모두 환경에 잘 적응하려는 변화이다.”

 

장장 10시간에 걸친 교육을 마친 고 장상태 회장의 강조 사항이다. 그리고 동국제강에서는 작은 본사가 추진됐다. 199389일 그룹 회장실(현 전략경영실)과 기획개발부(옛 기획실)는 서울 본사에서 인천 제강소 내 신규 공장으로 이전하였다. 한 달 후(920)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도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강력하게 시행하도록 지시됐다.

 

평지풍파를 일으켜서라도 바뀌어야 한다.” 장상태 회장의 단호한 경영혁신 의지는 잘못된 과거의 습관‘, ’자기중심적인 경영이나 의사결정 등은 회사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경영 전반에 새로운 혁신을 당부했다.

 

작은 본사는 미국 뉴코어(Nucor) 동경제철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뉴코어였다. 당시 뉴코어는 판재류 3개 공장(크레포드 빌, 히크만, 버클리)에서 총 540만 톤의 박슬래브를 통한 열연과 냉연을 생산하고 있었다. 또 조강 생산 4공장(달링톤, 노포크, 주위트, 플리머스)에서는 총 280만 톤을 생산하며 20기의 전기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주 생산품은 철근과 봉강이었다. 동국제강이 벤치마킹하기 가장 좋은 모델이었다.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설비를 건설하여 가장 생산적인 방법으로 운영한다.”

빠른 의사결정, 낮은 원가.”

생산 현장이 왕이다.”

 

이런 혁신적 경영을 실천하면서도 뉴코어의 본사 인원은 고작 23명에 불과했다. 구매팀, 인사팀은 아예 없었다. 당시 뉴코어의 플레이트 원가는 톤당 20달러였다. 1인당 평균(연간) 생산량이 3,000톤으로 동업사에 비해 10(톤당 18달러)이나 높았다. 이들은 90년대 초반에 이미 1인당 6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1996포항 2후판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한 상태 회장과 경영진들.

 

싸게 만들면 경쟁자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뉴코어의 표어이다. 지금 보아도 참으로 매력적인 슬로건이다. 동국제강이 잘하는 것을 더 훌륭하게 발전시켜 타사가 추종을 못 하게 만들자는 생산 현장의 슬로건도 벤치마킹의 흔적이다.

 

동국제강의 경영혁신은 마치 미래에 닥쳐올 쓰나미 같은 사태를 미리 예견한 것 같은 준비였다. 1997년의 IMF 체제는 국내 전 기업들을 혼란 속에 빠트렸다. 동국제강은 작은 본사를 추진한 덕택에 어려운 시기를 비교적 원만하게 넘길 수 있게 했다. 당시 동국제강은 단 한 사람도 감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국제강만의 경영 혁신과 전체 사원의 일치단결된 혁신사례들이 줄을 이어 이제는 65년의 기업 역사를 넘어 100년을 향해 진군하고 있는 중이다.

 

: 김 종 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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