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이 두려워한 면도
[DK BRAND/철이야기] 2019. 9. 18. 18:22


기네스북(1984 4)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빠른 면도사는게리하리이다. 1시간 만에 987명의 수염을 깎았다고 한다. 면도 지원자 한 사람당 불과 3.64초 만에 끝냈다는 이야기이다. 영국 길링헴의 한 이발소에서 벌어진 일이다.

 

면도는 철을 제련하고 야금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덥수룩한 남자의 수염을 깔끔하게 밀어 냈다. 지금은 전기면도기가 등장하여 얼굴을 베이는 일이 대폭 줄었다. 최초의 면도는 고대국가에서 제의(祭儀)의 한 형태로 시작됐다. 인간의 열등함과 겸손함을 신에게 보이려는 절대 복종의 의미였다.

 

실용적인 면도를 일반화 시킨 것은 그리스와 로마 군대였다. 알렉산더 대왕은 백병전에서 적에게 수염을 잡히지 않도록 수염을 자르게 했다. 로마군은 적과의 식별을 구분하기 위해 수염을 깎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895 11(고종32) 단발령을 선포하면서 면도를 시작했다. 김홍집 내각의 유길준과 정병하가 앞장서서 직접 가위를 들고 상감과 세자의 두발을 깎았다. 각부 대신들도 차례로 머리를 깎았다. 그리고 하이칼라 머리에 면도한 얼굴이 어울리자, 개화에 앞장선 사람들을 중심으로 면도를 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강철 면도날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한 번 쓴 면도날이 무디어져서 얼굴을 베이기 십상이었다. 나폴레옹도 칼로 면도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자주 얼굴을 베이자 면도칼을 흉기로 생각하는 겁쟁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면도사를 선발 할 때는 철저한 신원조회를 한 끝에 뽑았다고 한다.

공포스런목을 베는 면도 18세기 이후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영국과 독일에서 좋은 강철로 만든 면도가 생산 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제품이질레트이다. ‘킹 캠프 질레트는 병마개 제조회사의 외판원이었다. 그는 한 번 쓰고 버리는 병마개에서 착안하여 날 만 갈아 끼우는 면도날을 개발했다.

 


북한의 김정일도 매일 이발사 리규호에게 자기 목을 맡겼다고 한다. 김정일은 리규호가 전용 이발사를 그만 둔다고 하자 그에게 금시계와 양복, 그리고 고급 외제 상품과 호화 아파트를 선물로 주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리규호의 맏아들은 북한 특권층 자녀들만 다니는 스위스로 유학을 보냈고, 세 딸은 간부로 만들어 주었다. 평생 이발사로 살아온 리규호가 뇌졸중으로 사망하자 김정일은 그에게 북한의 첫 인민이발사란 칭호를 주었다. 이런 배려는 면도날이 언제 흉기로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고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위정자에게는 배신하지 않은 이발사가 고마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야 다음 이발사도 충성을 다 할 것이 아니겠는가.  

 


면도한 얼굴은 경쟁보다는 협동을 바란다는 표시이며, 일종의 예의로 받아드린다. 실제로 말끔히 면도한 얼굴은 표정이 또렷해서 의사전달이 뛰어나고 젊어 보이는 장점이 있다. 나폴레옹도 러시아를 정복하기 이전에 철강 산업을 더욱 발전시켜 좋은 면도날을 생산토록 지원했더라면 공포에 떨면서 면도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철의 위력은 생활 깊숙이 우리와 살을 맞대고 살아간다




글 김 종 대(철강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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