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용호동시대의 막을 내리다
[DK BRAND/제품과 서비스] 2019.04.22 17:41


▲1960년대 용호동 공장 전경.


동국제강의 탯줄은 부산 용호동 공장이다. 당산동 공장은 그 생산 설비 규모가 낙후성을 면치 못했기 때문에 동국제강의 모체라고 할 수 없다. 용호동 공장은 '분깨' 소금밭을 메워 만든 대단위 철강공장이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대규모의 현대적인 철강공장을 건설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대역사였다. 동국제강 창업자 장경호 회장은 주변의 우려를 뒤로하고 공장건설을 단행했다. 재계에서는 "무모한 투자를 한다. 곧 망할 것이다"고 비아냥거렸다.


▲1970년대 용호동 공장의 후판 설비. 이곳에서 최초의 후판 제품이 생산됐다.


1963년 이후, 용호동 공장은 화려하게 등장했다. 18만평의 공장 부지에는 철근, 앵글, 찬넬, 중후판을 생산하는 최신의 설비들이 갖춰졌다. 그리고 시간을 더하면서 국내 철강 신기록을 갈아 치웠다. 일본 철강 기술진들도 용호동 공장을 견학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용호동 공장은 국내 최초의 기록을 숱하게 만든 곳이다. 첫 용광로 도입, 첫 전기로 도입, 그리고 중후판 설비와 연속압연 시설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 공장은 1998 12월 숨 가쁘던 공장의 가동 소리를 멈췄다. 공장은 전면 폐지됐다. 기업이나 부산경제 그리고 부산시민 모두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공장가동의 중단 원인은 공장 부지가 주거지역이었기 때문이었다.  


1972년도에 개정된 법은 용호동 공장의 가동 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 공장 건물의 증개축을 할 수 없었으므로 최신예 설비의 신설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 철강 공장으로서는 치명적인 일이다. 결국 동국제강의 수뇌부는 주력 생산 기지를 포항지역으로 이전시킨다.      


▲용호동 제강공장의 초기 제업모습.


용호동 공장의 현장 근무자는 약 2,000여명이었다. 연간 매출액은 3,500억 원 규모였다. 부산시에 납부하는 연간 지방세만 해도 30억 원이 넘었다. 동국제강이나 부산시 당국, 그리고 시민들도 용호동 공장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부산시는 명확한 답변을 유보하고 있었다.


결국, 17년의 세월을 보낸 동국제강은 1995 1028일 기업공사를 통해 용호동 공장의 부지 138,000여 평의 매각기로 결정했다. 이 부지는 중앙건설과 LG건설, 벽산건설, 벽산개발이 나누어 매입했다.


▲부산제강소 마무리 감사제에서 연설하는 장상태 동국제강 2대 회장.


1999 2, ‘동국제강의 용호동 시대는 종막을 고했다. 창업자 장경호 회장과 그의 아들 5형제가 이뤄낸 용호동 공장은 동국제강을 재계 3(1973년도)까지 끌어낸 공장이었다. 이 공장에서 쌓은 기술력은 다른 지역의 철강공장으로 이전되었고, 계열기업의 철강공장에도 전파되었다. 동국제강 부산제강소(용호동공장)-동국제강 인천공장-한국철강 마산공장-부산주공-부산신철-동일제강-조선선재-동국산업 등으로 기술은 공유되었다. 


용호동 공장 설비는 모든 설비가 해외로 매각되었다. 그중 15톤 전기로는 국내 최초라는 의미에서 장상태 회장의 바로 밑 동생인 장상철 씨의 딸이 운영하는 음성 철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정문에 설치됐던 계근대(철강재의 무게를 측정하는 곳)는 부산 신평공장으로 이전하여 재활용되었다. 신평공장은 용호동 공장에서 근무하던 현장 근무자들이 포항지역으로 이전할 수 없는 것을 고려하여 영성제강을 인수하여 근무케 한 공장이다.   


▲동국제강 포항 제강소.


용호동 공장의 부지 매각 대금으로 포항 철강연관 단지에서는 2후판공장, 형강공장, 봉강공장이 착착 건설되었다. 동국제강의포항 시대를 열게 한 것이다. “아내의 반지를 팔아서라도 최첨단의 공장을 만들겠다.”는 고 장상태 회장의 열정은 지금도 포항 제강소의 공장 곳곳에 묻어 있다.


지금 용호동 공장 부지였던 곳에는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었다. 6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후반까지 30여년의 철강생산기지였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변화했다. 그러나 용호동에서 쌓았던 선배들의 기술과 혼은 포항 제강소에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을 동국제강 임직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 김 종 대 (철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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