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그램의 쇠 신발 '편자'
[DK BRAND/철이야기] 2018.08.09 15:52


말(馬)도 사람처럼 신발을 신는다. 말발굽 보호와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편자'라고 부르는 쇠붙이를 대주는 것이다. 보통 'I' 자형의 쇠를 발굽 모양으로 구부린 뒤 5~10개의 구멍에 못을 박아 부착한다. 이 편자의 무게는 약 200그램이다.


▲편자


'편자'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갈아주어야 한다. 말의 신발 '편자'는 철이 탄생 시킨 또 하나의 소중한 직업이다. 한국마사회는 매년 장제사 대회를 연다. 전국대회를 통해 장제사 챔피언을 가려내고 우수 인력은 특채를 하며, 해외 교육기회도 부여하고 있다.


▲말의 편자를 만들고 있는 장제사 


렛츠런파크 서울 실내마장에서 열리는 장제사 대회를 들여다보면 말과 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흥미롭다. 장제사는 말의 신발에 해당하는 '편자'를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다.


말과 관련된 직종은 기수와 조교사, 마필관리사, 재활 승마지도사 등이다. 그밖에 경주마들의 건강을 보살피는 말 수의사와 말 관리사 등이 있지만 경주용 말굽을 만드는 장제사는 철과 인연이 깊다. 


장제사는 희귀 직업이다. 말산업의 성장과 함께 이색 전문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 80여 명밖에 없다. 말발굽을 점검하고, 편자를 만들고, 말발굽을 깎거나 연마해서 딱 알맞은 '편자'를 부착하는 일에 종사한다. 오래전에는 3D업종으로 치부됐지만 지금은 어엿한 전문직이다.


▲편자를 교체하고 있는 모습


흥미로운 것은 말들이 어떤 신발을 신을까 하는 의문이다. 옛날, 시골에 5일장이 들어서면 한적한 곳에서는 말들의 '편자'를 갈아 끼우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날카로운 낫 모양으로 생긴 칼로 말굽을 깎아내고 불에 달군 징처럼 생긴 '편자'를 말발굽에 붙였었다.


'편자'를 불에 달구어 말의 발굽에 들이 댔던 탓에 말이 금방이라도 날 뛸 것 같던 예상과는 달리 얌전히 순응하고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승마산업이 성장하면서 장제사도 인기 직종으로 부각되고 있다. 장제사를 양성하는 전문학교까지 있을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편자를 착용하여 달리고 있는 말의 모습


아무튼 시속 60km로 질주하는 경주마는 가볍고 튼튼한 알루미늄이나 두랄루민 등의 '편자'를 착용한다. '쇠 편자'는 승마용 말에게만 사용한다. 말의 발굽은 사람의 손톱과 같이 젤라틴으로 이뤄진 발톱의 뾰족한 끝부분이 변형된 것이다.


이 발톱은 한 달에 약 8mm씩 자란다고 한다. 사람도 손톱이 자라면 불편한 것처럼 말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새 신발'을 신겨야 한다. '편자'를 교체하는 비용은 여인들이 네일 샵에서 손톱을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처럼 만만치 않다. 대략 10만원에 육박한다는 것이 마사회의 공지이다.


'편자'를 고정하기 위해 못을 박을 때에도 예민한 감각과 전문적인 경험이 있어야 한다. 자칫 장제사가 박는 못이 신경이 없는 발굽 부분을 벗어나면 말들이 크게 놀라 큰 부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우 세밀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국내 장제 산업은 연간 123억 원 수준이라고 한다. 경주마가 약 29억 원(24%), 승용마가 94억 원(76%)이다. 그리고 국내의 장제사는 80명에 불과하여 인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현재 전국 경주마와 승용마는 1만 5000마리가 넘는다.



'편자'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말 편자(U)를 걸면 행운과 복을 담는다거나, 편자를 뒤집으면 (n) 불행과 액운을 막아준다고 한다. 또 말은 앞발을 긁어대는 습성의 의미로 돈을 긁어 모은다는 유래를 갖고 있어서 이래저래 흥미롭다.


▲쇠붙이 구두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명품 신발(페레가모) 바닥에 약 10cm가량의 쇠붙이를 넣어 중심과 편안함을 갖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말도 쇠편자라는 이름의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사실은 철강인들만의 흥밋거리는 아닐 것이다. <끝>





글 : 김 종 대 (철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