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러시아 여인의 '주철브로치'
[DK BRAND/철이야기] 2018.06.25 19:11

▲19세기 만국박람회


19세기 유럽 각국들은 만국박람회를 열고 자국의 상품이나 발전된 사업을 소개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각국의 만국 박람회에서는 수정궁과 에펠탑 같은 거대한 철 구조물들이 처음으로 세계인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아토미움 조각


벨기에 브뤼셀 만국박람회에서는 철강 산업을 자랑하기 위해 102m나 되는 철소재의 '아토미움' 조각품이 등장했다. 제1회 런던 만국박람회(1851년)에 출품되었던 460만 여점의 진기한 공예품들은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 지금도 소장되어 있다. 그 중 '주철브로치'는 유독 철강인들에게 애정을 갖게 한다.


▲프러시아 여인 브로치


'주철브로치'는 프러시아의 여인들이 전쟁 중에 옷깃에 달고 다니던 일종의 패션 장신구였다. 1813년 베를린에서 만든 이 '주철브로치'는 비싸지도 않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판매 되었다는데 왜 여인들이 열광했을까? 그 이유는 주철브로치에 애국심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프러시아가 나폴레옹과 수차례 전쟁을 치르면서 재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애국심에 불타는 프러시아 여성들은 금붙이를 자진해서 국가에 기부하고, 금 보석 대신에 "금과 바꾼 철"이라는 '주철 브로치'를 자랑스럽게 달고 다녔다.


1830년대에 베를린에는 27개의 브로치 공방이 있었다고 하니 '주철브로치'의 인기는 실로 엄청났던 모양이다. 미국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튼도 국제 정치무대에 등장하면서 긴박한 정치 협상을 진행할 때마다 다양한 브로치를 달았었다. 그녀는 중동지역 분쟁이 한창이었을 때 거미 모양의 브로치를 달아 거미줄처럼 얽혀진 당시의 정치 상황을 암시하기도 했다.


▲ 비둘기 장식 브로치


더하여 강한 미국을 나타낼 때는 독수리 장식, 평화와 화해를 강조 할 때는 비둘기 장식을 달고 다녔다. 911테러 당시에는 많은 미국 여인들이 성조기가 그려진 브로치를 달았었다. 그런가하면 보수적인 나라 영국의 대처 전 수상도 항상 정장을 선호했지만 왼쪽 옷깃에는 자주 브로치를 달았다.


미루어 보면, 유럽인들은 브로치를 좋아하는 것 같다. 패션의 한계를 넘어 자기 안에 꽁꽁 숨어있는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묵시의 메시지로도 활용하는 것 같다. 어느 여인이 남친을 만날 때, 금이 간 하트 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나오면 그땐 사랑이 끝났음을 의미하겠다.


▲ 주철 단면


주철은 1.7퍼센트 이상의 탄소를 함유하는 철의 합금이다. 단단하고 부러지기 쉽고, 강철에 비해 녹이 쉽게 슨다는 단점이 있지만, 주조가 쉬워 공업 재료로 널리 쓰이는 철강재이다.

최초의 철다리 '아이언브리지'는 주철로 만들었고, 에펠탑은 퍼들철(연철)로 만든 철 구조물이다. 그러나 21세기에 주철은 그 사용처가 드물다. 가마솥을 만드는 철강재나 일반적인 주물용 등으로 사용되지만 거의 모든 철 구조물들은 강철 성분의 철강재가 사용되고 있다. 주철은 철광석을 용광로에서 환원시켜 용융상태로 뽑고, 주선(鑄銑)을 잉곳에서 냉각시켜 만들어진다. 중국 공예전서인 '천공개물'에는 중국은 BC 6세기경, 유럽은 12세기에 주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반도에 남북 평화무드가 이어지면서 전쟁 종식의 길목에 들어선 이즈음, 철강 소재로 만든 브로치를 어쩌다 마주치게 되면 애국정신을 발휘했던 프러시아 여인들의 '주철브로치'가 떠오른다.


국가적인 행사나 의미 있는 행사에는 철강재로 만든 브로치 모양의 장신구를 많은 사람들이 즐겨 채용하기를 은근히 희망해 본다. 수 세기가 지나 그 공예품에 담긴 스토리를 알아보려면 값싸고 질좋고, 반영구적인 것은 철강재가 으뜸이다. <끝>



글 : 김 종대 <스틸프라이스 사장. 철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