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로 만든 도구의 경연장

동계올림픽은 철강과 연관이 깊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부터 우아한 피겨스케이팅까지 동계 올림픽 종목은 대부분 철강과 금속 소재로 만든 도구의 경연장이다. 경기 관전도 매우 흥미롭다. 우선 숏 트랙 경기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선수와 같이 돌고 또 돌면서 찰나의 긴장과 흥분을 느낀다. 

그런가하면 피겨스케이팅에서는 마치 한 마리 학이 춤추는 듯 환상적인 회전과 우아한 몸짓에서 황홀한 예술의 경지를 경험케 한다.       

또하나, 봅슬레이 경기는 둔중한 쇳덩어리로 된 썰매에 온몸을 실어 터널과 같은 얼음장을 내쳐 달리는 경기여서 보는 이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무거울수록 좋다는 봅슬레이 썰매는 엔진도 없고 브레이크도 없다. 

커브 돌때의 압력은 중력의 4배나 된다. 무게로 중력을 가속시키기 때문에 무한대의 속도 경쟁에 나선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무겁게 더 무겁게’라는 구호를 외치지만 총 무게는 630Kg(남자 4인승 기준)을 넘지 못한다.



철을 썰매나 신발바닥에 달다

그렇다면 스케이트는 언제 탄생한 걸까? 스케이트는 철의 탄생과 함께 일상의 도구에서 놀이기구로 변신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초의 스케이트는 기원전 3000년경 핀란드인이 동물 뼈로 만든 물건 이동용 스케이트였다.(러시아의 파닌의 학설)  

스케이트의 급진적 발전은 철을 썰매나 신발의 밑바닥에 날로 사용하면서부터였다. 네덜란드인들(13세기)은 나무 바닥에 쇠 날을 끼워 스케이트를 만들었고, 폴란드 사람들(14세기)은 운하를 건너기 위해 나무 스케이트를 만든 것이다.  

그러다 17세기 무렵, 스코틀랜드에서 철제 스케이트가 탄생하면서 빙상스포츠로 발전을 거듭했다는 것이 스케이트의 발전 약사이다.

우리나라에 스케이트가 보급 된 것은 90년대 초반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급조된 썰매를 이용하여 겨울철 놀이 기구로 사용했다. 40여 년 전, 겨울이 되면 서울 근교의 논밭과 여의도 샛강 주변은 온통 스케이트장으로 변신했었다. 당시는 거의 나무 썰매와 막대기에 긴 못을 박은 스틱으로 얼음을 지쳤다. 썰매 바닥은 어머니 몰래 연탄집게를 두드려 매달거나 건축현장에서 쓰고 남은 생철을 주워 부착한 모양이었다. 스케이팅 전용시설도 동대문 실내 스케이트장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1921년부터 스케이트 널리 보급

정확히 우리나라에 최초의 스케이트장이 생긴 것은 1912년 경성일보사가 만든 용산부근의 빙활장이다. 그러다 1921년 12월 명동부근에 스케이트장(조선체육협회)이 개장되고부터 스케이트가 국민들에게 정상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빙상용 스케이트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피겨, 스피드, 아이스하키를 말한다. 빙상용 스케이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날이다. 물론 스케이트 부츠도 큰 역할을 하지만 속도경쟁의 핵심은 블레이드(날)이다. 그래서 스피드용은 날이 길고 얇으며 얼음과 스케이트의 날이 닿는 부분이 직선적이고 길다. 스피드스케이트는 블레이드(날)의 성능에 의해 100분의1초가 갈려 메달의 색깔이 바뀌기도 한다.  

피겨스케이트는 회전을 위해 날이 짧고 양끝이 휘어져 있고, 아이스하키용은 빠른 속도와 급회전을 위해 스피드용과 피겨용의 장점만을 채택하여 날이 약간 길고, 조금 휘어져 있다. 

경기 종목에 따라 블레이드 모양이 다르지만 블레이드의 소재는 단연 스테인리스이다. 블레이드를 감싸고 있는 둥근 봉의 튜브(프레임)는 알루미늄 소재로 만드는데, 블레이드 시장은 네덜란드의 바이킹사와 메이플(MAPLE)사가 오래도록 독점해 왔다.



블레이드 시장 석권한 바이킹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EVO, BONT 등 회사들이 등장하며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지만, 국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대부분 네덜란드 바이킹사의 블레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체격 조건과 주력 종목에 따라 선택의 폭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시아권 선수들은 다소 가벼운 바이킹사의 날을 선호하지만, 이상화 선수는 힘이 좋고 몸무게가 많은 유럽 선수들이 신는 메이플사의 날을 애용한다. 박승희 선수는 메이플 블레이드를 사용하다 최근 바이킹 블레이드로 교체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철강인의 동계올림픽 관전 포인트는 우리가 만든 특수강들이 전 세계 금메달리스트의 스케이트 블레이드에 ‘메이드인 코리아’라고 찍혔는지를 찾아보는 맛이다. 다행히도 국내에는 ‘매시브 블레이드’사가 아이스하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장애인 아이스하키(슬레지) 등의 스케이트 날을 제작하고 있다. 국내 프로 아이스하키 선수의 약 40%가 ‘매시브 블레이드’ 제품을 쓴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홈페이지 

국산 패럴림픽 썰매 등장...위력과시

‘매시브 블레이드’는 국가대표 장애인 아이스하키팀의 경량썰매도 만들고 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장비가 경기력의 거의 60%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견고하면서도 가벼운 썰매가 포인트이다. 경량 썰매는 고망간 방진강, 마그네슘 합금, 특수 열처리 스테인리스스틸 등 최첨단 소재로 만들어 진다.  

그러나 스케이트 날 시장 규모는 국내 유수의 철강기업이 나서기엔 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  암튼, 2월의 평창동계올림픽과 3월에 열리는 평창패럴림픽에서 철의 소재가 만드는 스포츠의 환희를 온몸으로 느낄 것이며, 이틈에 철강 강국 코리아의 철강소재로 만든 국산 썰매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길 기대한다.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평창올림픽 경기장 곳곳에 동국제강의 칼라강판과 철근, H형강 등이 적극 사용됐다 점이다. (*주요 팩트 빙상연맹 자료 참조함.) 

 

글:김종대(스틸프라이스 사장, 철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