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34년 개통되어 바다를 끼고 부산과 경주를 이어 준 철로가 있습니다. 동해남부선이라 불리는 이 노선은 80년 가까이 출퇴근 시민과 이 일대 공업지대의 물자를 부지런히 실어 날랐습니다. 그런데 부산 기장과 해운대 사이가 복선 전철화 되면서 새로운 철로를 놓게 되면서 이 구간의 철길은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게 됩니다. 

요즘 이곳이 2014년부터 열차가 오가지 않는 철길을 따라 걸어보는 이색적인 체험을 즐기려는 여행자들로 북적입니다. 열차가 떠난 철길에 사람들이 걸으며 낭만적인 시간을 만끽하는 것이죠. 



미포에서 청사포까지의 1시간 걷기 구간

원래 열차를 타고 해운대역에서 출발하여 7분이면 송정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이 길을 천천히 걸으면 2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열차로만 만났던 그 풍경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고, 부산의 해안 절경을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우리나라 어디서도 보기 드문 ‘철길 걷기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동해남부선 옛 철길 걷기 여행은 미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미포는 해운대 해수욕장의 서편 끝에 자리한 오랜 마을이자, 부산의 명소인 달맞이 언덕과도 이어지는 작은 어촌인데요, 저 멀리 부산 신시가지의 멋진 스카이라인을 보면서 다양한 해산물을 즐기는 횟집 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인기 있습니다. 



미포에서 마을 사이 철길로 들어가면, 한적하고 여유로운 마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건널목에서 50분을 더 가면 세찬 파도와 수평선이 펼치는 부산 해운대 12경, 청사포를 볼 수 있는데요. 해안에 부딪히는 거센 파도가 가슴을 탁 트이게 하고 일출과 석양

을 모두 볼 수 있어 부산 사람들이 아껴 두었던 비경입니다.



이 청사포를 제대로 즐기려면 바다를 향해 쑥 하고 뻗어난 다릿돌 전망대가 명당입니다. 바다 위 20m 지점에 길이 72.5m의 전망대를 쑥 하고 빼 놓아 마치 바다 위를 걸어 들어가는 듯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망대 끝은 투명 유리 바닥을 설치해 그 아래 바다가 곧장 보이니 아슬아슬함까지 챙겨봅니다. 눈 앞에 어떤 장애물도 없이 온전히 드넓은 수평선과 마주한 기분! 이 철길 구간 최고의 풍경이자 인생 사진 한 장 남기고 돌아올 만한 곳입니다. 



청사포에서 옛 송정역까지 또 다시 1시간의 걷기 여행 

청사포 전망대에서 다시 철길로 돌아와 가던 여정을 이어갑니다. 미포와 청사포를 더해 ‘삼포(三浦)’라고도 불리는 구덕포를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옛 송정역까지의 길은 더 여유있고 아늑합니다. 간혹 만나는 연인들이나 친구, 가족 여행자들이 내심 반가울 만큼 아직은 붐빔이 덜해 오롯이 가을 걷기 여행을 즐기기 좋습니다. 철길 주변의 울창한 숲이 가을의 따가운 햇살을 잠시나마 달래줍니다. 



청사포에서 50여 분~1시간 즈음 더 걸으면 옛 송정역에 닿는데요. 열차 운행이 시작된 1934년 아르누보 양식으로 지어진 이 작고 예쁜 역사(驛舍)는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302호이기도 합니다. 열차가 사라진 송정역은 지역 예술가, 신진 작가들이 참여하는 시민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역사 앞 플랫폼과 철로에는 작가들의 참여로 설치된 천사의 날개 벤치를 비롯해 여러 조형물들이 조성되어 있고, 정기적, 비정기적 전시회가 이곳에서 열립니다. 



곳곳에서 이 설치 작품들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좋고, 역사 곳곳을 둘러보는 것도 운치 있습니다. 기름때를 먹어 옛 철길에서 늘 맡을 수 있던 특유의 냄새가 여전한 침목에는 어느 작가가 자개로 꽃을 새겨 놓기도 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잊힐까요?’라는 제목의, 송정역을 지나던 열차의 목소리를 빌어 지난 역사를 새겨 놓은 안내판에 한참이나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송정역에서 10여 분 걸어가면 송정해변이 있습니다. 1.2km의 긴 해변과 해변을 따라 매년 분위기 있는 카페들이 늘어나 이제 송정 하면 카페촌이 더 유명해졌습니다. 해수욕 시즌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저 먼 바다에는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로 가득합니다. 지난 수년 사이 송정해변은 우리나라 최고의 서핑 포인트로 유명해졌는데요, 한겨울에도 서핑을 즐기는 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어 송정해변의 또 하나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미포에서 출발해 옛 송정역까지 걸어 오는 동안 이 철길을 오갔던 옛 시간을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열차로서가 아니면 쉬 접근하기 힘들었던 부산의 숨은 절경을 만나는 2시간의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쭉 뻗은 철길을 따라 사랑하는 이와 손 잡고 걸으며 부산의 바다와 옛 시간을 만나는 여행,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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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명석 2017.09.28 11:4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부산 여행갈 일 있으면 꼭 들려야 하겠네요~ 사진으로만 봐도 코스들이 아름다운데... 실제로 보면 더 좋을 것 같네요 ^^

  • 황혜진 2017.09.28 18:0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미포철길..부산여행에서 좋았는데!!! 여기서 보니까 반갑네요 ! ㅎㅎ

  • 박진희 2017.10.13 11:2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번 겨울 우리 아이 수능시험 끝나고 부산으로 가기로 했는데...ㅋㅋㅋ
    여기한번 꼭 가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