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장’이란 무쇠를 녹여서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내는 장인을 이야기합니다. 국내 유일한 주물장인 김종훈 장인은 무쇠 가마솥 등을 만드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45호입니다. 아들인 김성태 대표(주물장 전수자)가 가업을 이어 4대째 전통방식의 무쇠 가마솥을 만드는 안성주물 사무실에서 그 순수하고도 오래도록 식지 않은 열정을 만났습니다.



107년의 전통을 이어온 무쇠 가마솥

안성을 대표하는 하는 브랜드들 중에 ‘무쇠 가마솥’이 있습니다. 김종훈 장인의 공장인 안성주물이 위치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사실 ‘안성 무쇠 가마솥’의 역사는 19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김종훈 장인의 증조부(김대선)가 안성에 터를 잡고 가마솥을 만들어 팔던 때였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장터에서 솥을 만들어 팔았어요. 그게 입소문이 나면서 아버지 대에 이르러 주물공장을 설립하게 됐고, 지금의 안성주물에 이르게 됐습니다.”


1910년, 가내수공업으로 가마솥을 만들던 김대선 대표를 시작으로, 1930년대에는 김순성 대표가 주물공장을 설립하며 가업을 이었죠. 이후 1953년 김종훈 장인이 3대째를 이었으며, 현재는 김성태 대표가 안성주물을 경영하며 4대째 무쇠 가마솥 107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철의 역사가 녹여 고스란히 담기다 

그 시절, 해방 전에는 철을 마음대로 구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1년치 양을 배급 받아서 사용했는데, 그마저도 전쟁 시에는 철을 구할 수가 없어 제품 생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해방 후에는 국내 기술력으로는 가마솥을 만들기에 적합한 무쇠, 즉 선철이 없어서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 러시아 등에서 철을 들여와 가마솥을 만들곤 했는데, 품질(강도)이 안 좋아 사용할 수가 없었어요. 그나마 브라질산 철이 가장 좋았죠” 


이후 국내 기업에서 선철이 생산된 이후부터 오직 국내산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김종훈 장인의 발자취에는 우리나라 철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는 ‘철(선철)은 보기만 해도 안다’고 합니다. “깨서 단면을 보면 좋은 철인지 나쁜 철인지 한 번에 알 수 있죠”라고도 확언합니다. 실리콘 함량이 높은 철을 사용하는 장인은, 구입한 선철의 실리콘 함양이 부족할 경우 규소철을 별도로 구입해서 직접 무쇠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물론 전통 방식으로 말이죠.



옛 손길 그대로, 하나하나 철을 빚어내는 사람들

공장에 들어서면 뜨거운 열기가 먼저 피부에 와 닿습니다. 공장 입구에 붉은 빛을 머금은 용광로가 세워져 있기 때문인데요, 김종훈 장인의 둘째 아들이자 주물장 전수자인 김성태 안성주물 대표는 “용광로에서 직접 쇳물을 받아 옛 방식 그대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전통방식으로 무쇠를 ‘가마솥’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우선, 형틀에 흙을 다져 넣어 중자를 만듭니다. 이후 거푸집에 중자를 넣어 쇳물을 주입할 준비를 하죠. 용광로의 쇳물을 받아 거푸집에 주입한 뒤에는, 거푸집을 분리시킵니다. 그리곤 길들이기를 해서 하나의 무쇠 가마솥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사람의 손길과 발품으로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안성주물에서 만들어진 모든 가마솥은 모양은 같아도 하나하나가 유일한 제품이라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건강한 무쇠, 좋은 철이 들려주는 건강한 이야기

전통 방식으로 철을 다뤄서 만들어낸 옛 그대로의 무쇠 가마솥은 품질이 어떨까요? 김종훈 장인은 “우리 몸의 헤모글로빈, 즉 피의 성분이 무쇠에 담겨있습니다. 같은 밥을 해도 무쇠 가마솥에서 지은 밥이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죠”라고 말합니다. 실제 철분 함량이 월등히 높은 무쇠 가마솥은, 무쇠 특성상 열 보존율이 높아 음식이 오래도록 식지 않을 뿐 아니라, 코팅이 아닌 길들여 사용하는 전통 방식의 제품이기 때문에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품질시험원의 성분분석 결과, 중금속류를 비롯해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건강한 제품임을 입증합니다. 우수한 품질이 말해주듯 무쇠 가마솥에 담긴 건강 스토리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건강’이 화두인 요즘, 건강한 밥솥은 세계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성장에 역행하는 인력 부족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을 갖추고 있음에도 설립 이후 네 번의 부도를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경영에 참여하며 이제는 탄탄대로를 걸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2001년 김성태 대표가 경영을 맡으며 안성주물은, 인터넷 판매 등 새로운 판로를 성공적으로 개척했습니다. 이후 성장을 이어오다 2017년 10월, 80여 년 전 김종훈 장인의 아버지가 설립했던 봉산동 공장 터로 신축 이전을 계획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세계로의 수출길이 열린 안성주물은 김종훈 장인의 바람대로라면 이제 탄탄대로만 열려야 합니다. 그러나 아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말끝을 흐립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함께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전통과 기술력, 품질과 경쟁력까지 갖춘 의미 있는 직업이지만, 힘들고 위험해서 꺼리기 때문입니다. 김성태 대표를 제외하고 전 직원(7명)의 나이가 60세 이상의 고령이라는 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성주물의 미래는 분명 밝습니다. “헌신하는 자세로, 즐거운 마음으로 철을 다룰 때 제대로 된 가마솥이 만들어집니다”는 김종훈 장인의 말처럼 열정은 저 뜨거운 쇳물처럼 쉬 식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인은 자신의 노력으로 우리의 전통이 멈춤 없이 지속될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관심과 응원이, 오래되고 느리지만 소중한 가치를 지키는 마음을 그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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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명석 2017.09.19 18:0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역시.. 전통이 얼이 살아 있는 장면들이네요~ 매번 안성이 시골이라 방문을 하는데..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명절에 내려가면 한 번 들러봐야겠네요 ^^

  • 황혜진 2017.09.20 09:1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더울 열기 속에서 대단하십니다. 숨은 장인들이 정말 많을 것 같습니다. !

  • 박진희 2017.09.21 13:3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음...가마솥이...이렇게 만들어지는군요.. 많은걸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