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조직을 위한 소통의 비결] 에빌린 패러독스
[DK PLAY/트렌드] 2017.08.07 17:12


최근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무더운 어느 날, 어이없는 고생을 하면서 사람들간의 소통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었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그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내에서의 소통’에 대한 이론 하나를 완성하게 되었는데요, 과연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 날은 40℃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던 어느 일요일이었습니다. 미국의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제리 하비 교수는 텍사스의 작은 마을에 있는 처가를 방문해 편안하게 게임을 즐기며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장인이 “에빌린으로 가서 외식을 할까?”라고 제안했죠. 하비 교수의 아내는 “뭐, 괜찮네요.”라고 반응했고, 장모는 “오랜만에 가보고 싶긴 해요.”라고 맞받았습니다. 하비 교수는 그 먼 곳까지(집에서 80km가 넘는 거리였습니다!) 운전하고 싶진 않았지만 “장모님이 원하시니 가시죠?”라고 집을 나섰습니다. 

 

에빌린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폭염 속을 달리는 16년된 자동차 안에서 에어컨은 그다지 소용이 없었습니다. 겨우 도착한 에빌린에서의 식사는 그저 그랬습니다. 그 수고를 달래줄 정도는 결코 아니었죠. 모두가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되돌아 오는 길, 그들은 놀라운 사실과 마주합니다. 장모는 이 더운 날 외출할 마음이 애초에 없었고, 하비 교수 자신도 장모의 핑계를 댔으며, 아내 역시 다들 나가는 분위기여서 따라 나섰다는 고백이 이어집니다. 심지어 처음 에빌린으로의 외출을 제안했던 장인은 “그냥 모두 따분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내 뱉었던 말이었어” 라고 털어 놓습니다.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지닌 4명의 성인 그 누구도 “No”라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이 상황을 두고 하비 교수는 ‘에빌린 패러독스’(The Abilene Paradox)’ 이론을 완성하게 됩니다. 에빌린 패러독스는 조직 혹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진심과 다르게 덜컥 합의를 했지만 조직의 힘에 눌려, 분위기에 못 이겨 내린 결정일 뿐 결국 자신의 책임은 없다고 말하는 현상입니다. 한 마디로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 합의’ 입니다. 

 

조직 생활에서 이러한 현상은 꽤 자주 일어납니다. 혹시 회식 자리에서 1차까지 참석하고 싶지만 누군가 “한 잔 더 할까?”라는 말에 2차, 3차로 이어졌던 경험, 있으신가요? 회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원치 않지만 누군가의 주도로, 혹은 분위기 상 반대하면 안될 듯 한 나머지 전체의 동의가 모아지는 상황이 일어납니다. 그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과연 누가 책임을 지게 될까요? 



제리 하비 교수는 그의 저서 <생각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들(애빌린 패러독스)도서출판 엘도라도>에서 이 현상을 자세히 다룹니다. 내용은 매우 방대하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조직에서 개인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묻어 가려는, 눈치만 보고 암묵적 대세에 따르기만 하는 구성원들이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 지를 지적합니다. 그들은 그 ‘암묵적 대세’가 잘못될 경우 가장 먼저 이를 비난하는 입장으로 돌아서기도 하죠. 그리고 조직이나 사회의 분위기가 원활한 소통을 막을 때, 그러한 이해 관계로 얽혀 있을 때 꽤나 ‘에빌린 패러독스’와 같은 현상은 자주 벌어진다고 강조합니다. ‘에블린 패러독스’는 건강한 의견 제시를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조직원이나 구성원들로 하여금 책임에서 회피하려는 부작용을 낳게 되는 셈이죠. 사소할 일에서라면 웃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만약 기업이나 국가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자리라면 이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애블린 패러독스’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조직 내에 건강하고 원활한 소통의 분위기가 자리잡아야 합니다. 결국 대세를 거스르는 의견이 조직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실마리로 인정하고 토론을 통해 서로의 입장과 견해를 조율,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결론에 이르는 문화가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이와 동시에 구성원들에게는 조직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이나 강한 자존감과 조직에의 책임감도 요구됩니다. 언젠가 유행했던 “모두가 Yes 라고 할 때 No 라고 말할 수 있는”이라는 광고 카피, 기억하시나요? 조직이 ‘에블린 패러독스’에 빠지지 않고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 너무나 딱 맞아 떨어지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염명석 2017.08.07 17:2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 글을 보니 건강한 소통이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서로의 입장이나 견해를 이해하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걸 다시 한 번 깨닫네요 ^^

  • 박진희 2017.08.08 09:0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애빌린 페러독스... 정말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 나종훈 2017.08.08 16:3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런 경우가 참 많은데, 명쾌히 글로 표현해주어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글입니다. 적절한 예시도 있어서 이해하기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소통에서 가장 경계하여야 하는 사안 중 하나가 에빌린 패러독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에게 비효율적인 거짓된 소통으로써 당당히 NO라고 말할 수 있는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황혜진 2017.08.08 16:5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명심해야겠습니다. 애빌린 페러독스!! 모두가 'YES'할 때 '아니오'를 외치는 예전 광고가 생각나네요

  • 김백준 2017.08.08 18: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런글을 모두에게 공유되었으면 하네요. 직장인들에게 참 유용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