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곡식창과 철구조의 승리
[DK BRAND/철이야기] 2017.07.13 10:14

 

철강 산업을 가장 먼저 일으킨 유럽 국가들의 오래된 건축물들은 왜 하나같이 석조건축물 일색일까? 그 의문은 의외로 간단하다.    


당시의 철강재는 매우 비쌌고, 고딕풍의 석조건축 양식이 대세였다는 점, 그리고 철은 아직 건축 미학에 부적합하다는 당대 거물 예술인들의 입방아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철을 고집스럽게 건축물에 사용하려했던 두 사람의 프랑스인이 있다.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 1769~1815)’과 건축가 ‘벨랑제(Francois Joseph Belanger, 1744~1818)’이다. ‘나폴레옹’은 철을 건축물에 과감히 채용한 군주이다. 그는 프랑스의 국가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고대 이탈리아의 건축물을 압도하는 웅장한 건축물을 세우려고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프랑스에는 대형 건축물을 짓는데 충족할 만한 돌과 대리석이 없었다. 따라서 작은 돌을 연결하고 유지시킬 수 있는 방안은 철근 보강재의 채택뿐이었다. 파리 루브르박물관 건물의 동쪽 윙 기둥(석재) 속에 철근 보강재가 사용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폴레옹’의 지시에 의해 철을 사용한 첫 구조물은 ’파리의 곡식창‘이다. ‘파리의 곡식창’ 지붕 건설 과정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목조지붕과 석재지붕, 철재지붕의 설계안을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건축가 ‘벨랑제’는 끈질긴 철지붕을 제안하여 프랑스 가 높은 철 구조 기술을 가진 국가임을 과시하게 한다.      


프랑스 건축가 벨랑제는 누구인가? 그는 1776년 영국을 방문하고, 당시 크게 융성하고 있는 영국의 철구조물 건축법에 흥미를 가진 건축가였다. 그는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철구조 돔 건축법에 매료되어 철지붕 구조의 장점을 자신의 건축설계에 적극 반영한다.   

 

벨랑제는 ‘파 곡식창’ 지붕건축 설계가 공모되자 철구조(단철) 돔 설계안을 제출한다. 하지만 건축위원회는 건설비용과 공사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벨랑제’의 제안은 무산된다. 대신 ‘파리의 곡식창’ 지붕은 ‘르글랑’이 제안한 목조 천장틀을 이용한 돔으로 건설지만 이 건물은 1803년 화재로 전소된다. 


3년 후 파리 건축위원회는 다시 ‘파리의 곡식창’ 지붕 돔을 재건하기 위해 제안서를 공개 모집하는데, ‘벨랑제’는 또다시 철구조 돔 형식을 제안한다. 하지만 건축 위원회의 대다수 위원들은 석조 돔 방식을 좋아했다. 석조로 할 경우 공사비가 싸고 판테온과 같은 기념비적인 미학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심사위원장은 석재 건축 돔 방식에 의문을 품고 최종 결심을 하느라 장고에 들어간다.  


이쯤에서 물러설 <벨랑제>였다면 역사적인 철구조물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심사위원장에게 편지를 쓴다. 


”경제성과 견고성, 가벼운 철의 경제적, 기술적 장점은 건설 공정에서도 유리합니다. 특히 기존의 구조가 철제 돔을 지탱하는데 충분히 안전 할 뿐 만 아니라 공사기간 중에도 중정을 사용 할 수 있어서 창고의 곡식을 그대로 두고 공사를 할 수 있습니다.“


중정은 건물을 설계할 때 자연광이 각각의 건물에 고루 닿을 수 있도록 내부 중앙을 비워 놓는 구조를 통칭하므로 철구조 돔은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 설득은 심사 위원장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나폴레옹도 석재 돔 방식보다는 철구조 돔을 세우도록 최종 결정한다.   



1808년 ‘벨랑제’의 프로젝트는 1년이 지난 후인 1809년에 착공되어 4년 만에 완성됐다. <나폴레옹>은 ”매우 웅장한 구조물“이라고 격찬했다. 철구조 돔을 반대했던 사람들도 ”현 체제에 지어진 가장 뛰어난 건물“이라고 격찬했다. 최초의 철다리 ‘퐁 데 자르’는 ”장엄함이 없다“고 혹평했던 반응과는 전혀 달랐다.  


이후로 ‘프랑스 극장’의 지붕에 철이 사용되고 1830년대에는 ‘아케이드 온실’, ‘시장’ 등 중정이 넓어야 하는 곳에 ‘철 건축’이 속속 등장하게 된다. 


철강재는 외양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건축 소재들과 1미리의 오차도 없이 살을 맞대고 산다. 유럽의 고풍스런 유명건축물들도 그 속에는 대부분 철강재가 숨어서 제 역할을 한다.


글 김종대(스틸프라이스 사장, 철강 칼럼니스트)



  • 염명석 2017.07.13 11:3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파리의 곡식창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 짓고있는 원전이나 돔구장 등... 돔 형태의 건물들은 지금 존재하지도 않았겠네요~~ 역시 고대의 기술은 널리 익혀서 발전의 토대로 삼는게 유익한 방법 같네요 ^^

  • 김백준 2017.07.18 14:2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1800년대에 저 웅장하고 거대한 철구조물을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참 신기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