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 데 자르 이야기] 사랑의 자물쇠보다 영원할 철강의 역사
[DK BRAND/철이야기] 2017.06.21 18:22


세계 유명 다리에는 어김없이 ‘사랑의 자물쇠’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연인들에게 ‘사랑의 자물쇠’는 말할 것도 없이 변함없는 사랑의 약속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사랑의 자물쇠가 등장하기 시작했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단테가 사랑하는 여인 베아트리체를 위해 피렌체 다리 위에서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아르노강에 버렸다는 일화를 그 시작으로 보며, 이를 다룬 소설과 영화가 그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 페데리코 모치아의 2006년 소설 <난 널 원해(오 볼리아 디 떼)>는 ‘사랑의 자물쇠’가 현대에 이르러 본격적인 유행을 타게 된 신호탄이나 다름없는 작품이다. 무려 110만부가 팔린 이 소설에서 연인들은 이탈리아 로마의 밀비오 다리(폰테 밀비오) 가로등에 자물쇠를 채우고 테베레 강에 열쇠를 던지며 사랑을 약속한다. 소설이 인기를 얻자 폰테 밀비오의 가로등에는 그들을 흉내 내려는 현실의 연인들이 내건 '사랑의 자물쇠'가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가로등은 2007년 4월 쓰러지고, ‘사랑의 자물쇠’는 가로등에서 다리로 이전된다.



그 이후 ‘사랑의 자물쇠’ 열풍은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갔다. 파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파리 센강을 지나는 다리들 중에서 연인들의 ‘낙점’을 받은 다리는 ‘퐁 데 자르’였다. 그 때가 2008년이었고, 이후 노트르담 대성당 근처의 아르슈베세 다리까지 퍼졌다. 그리고 어딘가에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며 사랑을 다짐하는 일은 전세계적인 유행이 되어 한국의 남산 N타워 부근, 일본 미하마쵸의 등대, 아일랜드의 하페니 다리, 독일 호헨촐레른 다리 등에도 ‘사랑의 자물쇠’가 주렁주렁 달리게 되었다.  


그런데 연인들 사이에서는 파리에서 꼭 들러야 하는 명소로 사랑 받았던 이 ‘퐁 데 자르’를 달리 들여다 보면 프랑스 철강 산업 발전의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다. 1801년 나폴레옹 황제 당시 건설된 퐁 데 자르는 프랑스 최초의 철제 다리로 기록되고 있다. 나폴레옹은 철강 산업은 물론, 철제 건축에도 큰 관심을 두어 프랑스 철강 산업의 발전을 앞당긴 인물로도 평가 받고 있다. 물론 과학기술 전반에 애착을 보여 스스로 과학자 그룹의 회원이 되었다는 일례가 전해진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 달리 당시 프랑스 철강 산업의 현실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앙숙이었던 영국과 비교하기란 그의 자존심에 큰 상처만 남길 뿐이었다. 최초의 철제 다리도 영국의 ‘콜부룩(1779)’보다 20년이나 뒤처졌고, 제련 기술도 비교 열위였다. 

오죽하면 엔지니어 알렉산 드 세자(Louis Alexandre de Cessart)가 퐁 데 자르를 완공했을 때 “안정감도 없고 웅장함도 없다”고 불평을 늘어 놓았을까? 그러나 그게 당시 프랑스 철강 산업과 기술의 현 주소였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였다. 

급기야 영국의 연구소와 철강 회사 등에 프랑스 연구진을 스파이로 잠입시키는 시도까지 마다 않으며 나폴레옹은 프랑스 철강 산업 발전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극히 그다운 태도였다. 그런 노력은 이후 프랑스 정부 주도로 계속 되었고, 조금씩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철강 산업과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프랑스의 노력은 마침내 퐁 데 자르 이후 88년이 지나서야 에펠탑(1889년)이라는 멋진 철 구조물의 완성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프랑스 동부의 풍부한 철광석과 영국에서 습득(?)한 기술이 만나 세계 최고의 철강 강국으로 거듭 난 것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남자 주인공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절규한다. 세월이 지나면 많은 것이 변하기 마련이다. 영원한 사랑의 약속을 상징했던 퐁 데 자르의 자물쇠들은 다리 붕괴의 위험에 직면해 모두 철거 되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그 다리가 태어나기까지 철강인들이 불태웠던 열정과 의지이다. 파리를 들르는 누구라도 그 다리에 숨겨진 철강의 역사와 그 가치는 변함 없이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연인들의 사랑도 자물쇠가 아닌 영혼 속에 고이, 변함 없이 간직해 주기를. 


글 김종대(스틸프라이스 사장, 철강 칼럼니스트)





  • 박진희 2017.06.22 15:5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음.... 몰랐던 지식을 알게 되네요^^

  • 염명석 2017.06.23 13:0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다리 하나에 이렇게 역사적인 이야기가 담긴 걸 오늘 처음알게 되었네요 ^^

  • 김백준 2017.07.18 15:0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나폴레옹이 프랑스가 많은 영토를 차지하게 했을뿐만 아니라 철강산업까지 엄청나게 발전을 시켰었군요.
    철강산업에 있어서도 대단한 인물이었군요 ㅎㅎ